[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리미트

영화 리미트(사진=영화홍보물)
영화 리미트(사진=영화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아이가 유괴당했다. 병원에 입원한 엄마 대신에 경찰이 대역에 나섰다. 그런데 경찰의 아이마저 유괴당했다. 연쇄 유괴사건이다. 이제 경찰이 경찰을 따돌리고 빌런과 한 판 붙으러 간다.

이중 유괴라는 나름 독특한 설정의 <리미트>는 일본 추리소설의 대가 노자와 히사시의 작품이 원작이다. 그러나 원작을 읽지 않았음에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 정도로 너무나 허술하고도 구멍 난 각색이다. 총체적 난국도 이런 난국이 없다. 유일한 장점이 8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니 말이다.

아, <리미트>는 하나의 장점이 더 있다.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력이다. 다만 이들의 훌륭한 연기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게 문제다. 배우들은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열연하는데, 시너지는커녕 물과 기름처럼 도무지 섞이지 않는다. 맥락 없는 서사는 메시지만 앞세운다. 선명한 주제에 비해 응집하는 과정은 산만하고 매끄럽지 못하다. 고구마 한 박스를 물도 없이 먹은 듯한 유쾌하지 못한 느낌은 덤이다. 

이정현, 문정희, 진서연 주연의 범죄 스릴러라고 했을 때 당연히 조화로운 연기의 멋진 여성 서사를 기대하지 않겠는가. 안타깝게도 그런 면을 찾을 길이 없으니 한숨이 나온다. 노력하는 배우들의 인상마저 흐리게 만드는 수준이다. 그래서 88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이 장점이 되었다.

영화를 비롯한 여러 장르의 예술이 모두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 창작자들은 일종의 타협을 한다. 특히 거대 자본이 투자되는 영화의 경우 창작자 및 예술가로서의 욕심을 살포시 접고 ‘선택과 집중’을 외치면서 대중적 취향을 찾는다. 그럼에도 수많은 영화들이 산으로 간다. 혹시 <리미트>가 대중과의 교감 없이 유괴가 극악한 범죄라는 메시지 전달만이 목적이었을까? 결국은 엉뚱한 과녁을 택하고 집중하는 바람에 산으로 간 영화로 남게 되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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