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022 쉬운 우리말 쓰기 : 외국인도 알아듣는 쉬운 우리말⑧ 생활 한국어Ⅰ

말과 글은 누군가가 알아듣기 쉽게 써야 한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공공언어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쉽게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이 물음에 외국인이 알아들을 정도면 누구나 알지 않을까라는 대답으로 이 보도를 기획한다. 공공 기관에서 나온 각종 안내문을 외국인들에게 보여 주며, 쉬운 우리말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한글의 띄어쓰기는 매우 복잡하다. 「한글 맞춤법」에 따르면 문장의 각 단어는 띄어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조사, 의존 명사와 같은 문법적인 요소나 고유 명사 등도 저마다 띄어쓰기하는 방법이 다르다. 일상에서는 띄어쓰기와 관련한 모든 규정을 일일이 확인하기가 어려워서 띄어쓰기를 소홀히 하거나, 띄어쓰기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띄어 써야 할 것을 관례적으로 다 붙여쓰기도 한다. 그러나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경부고속도로에는 서울산 나들목이 있다. 서울산 나들목은 울산의 서쪽에 있는 나들목인데, 서울로 잘못 이해될 수 있다는 이유로 현재는 ‘서.울산’ 또는 ‘(서)울산’ 등으로 표기한다. 이 당시에는 도로 표지판에 띄어쓰기를 한다는 규칙이 없어 다양한 방법으로 쓰곤 했다. 2016년에 도로표지판에 띄어쓰기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된 이후 띄어쓰기가 적용된 표지판이 있다. 바로 수원-광명 고속도로와 제3 경인 고속화도로에 있는 ‘동시흥분기점’이다. 이는 시흥의 동쪽에 있는 분기점이라는 의미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동시 흥분 기점’으로 읽곤 했다. 이에 2017년에 ‘동시흥 분기점’으로 표지판이 교체되었다.

기관 이름에도 이러한 문제가 있다. ‘덕동물재생센터’이라는 기관명에서는 ‘동물 재생’이라는 단어가 가장 눈에 띈다. 그러나 이 기관은 덕동에 있는 물 재생 센터로, ‘덕동 물 재생 센터’로 띄어 읽어야 한다. ‘김해중부모범운전자회’도 마찬가지다. 이 기관의 이름은 의미가 바로 파악되지도 않는다. 얼핏 보면 ‘김해중 부모’로 읽히기도 한다. 그렇다면 위 모임은 중학생 자녀가 있는 학부모 모임인가? 그렇지 않다. 이는 ‘김해 중부 모범 운전자회’로 읽어야 한다.

이 밖에도 의존 명사의 띄어쓰기를 잘못 하는 경우가 많다. ‘한개’, ‘할수 있다’에서 ‘개’, ‘수’가 바로 의존 명사인데, 이들은 앞말과 띄어 써야 한다. 따라서 이들은 ‘한 개’, ‘할 수 있다’로 써야 한다.

띄어쓰기가 정확하지 않으면 올바른 뜻을 전달하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너무 긴 표현은 적절하게 띄어서 적는 것이 좋다. 띄어쓰기 모든 규정을 당장 다 익히지는 못하더라도, 단어별로 띄어 쓰려는 노력부터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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