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모처럼 연극을 보았다. 우리 지역 극단 ‘장자번덕’에서 마련한 「바보처럼 바보같이」였다.

관중도 제법 많았고, 연극에 몰입하고 연극을 응원하는 관중의 호응도 좋았다. 연극을 본 감상으로 이제까지 본 연극 중 가장 인상 깊었다는 호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두 젊은이다. 두 사람은 8년 전 인력사무소에서 처음 만난 사이다. 서로 가족이 없던 둘은 형 동생이 되어 함께 지낸다. 고생 끝에 이천만 원 돈을 가까스로 모아 푸드트럭을 마련한다.

주 메뉴는 순대인데, 가게 이름으로 「주식회사삼천포포장마차」라는 작은 현수막도 붙였다. 여름에는 순대가 인기 없을 테니 바닷가 피서지로 진출하여 핫도그를 팔자는 계획에 이어 미래에 빌딩을 사자는 꿈까지 품었다. 그런대로 사람 좋은 아파트 관리인의 홍보와 두 형제의 열정 때문인지 장사가 제법 궤도에 올랐을 때 두 사람 중 동생이 급하게 순대를 썰다 손가락을 절단하는 사고를 당한다.

동생은 수술비가 겁이 나 병원에 가기를 주저하나, 형의 강권으로 병원에 가게 된다. 두 형제를 본 의사는 형에게 병이 있음을 직감하고 검사 끝에 형을 입원시킨다. 형은 이전부터 자신의 병을 짐작하고 있었으나 역시 치료비를 걱정해 병원에 가지 않았던 것.

동생은 전부터 자신을 유혹해 오던 ‘마담’에게 찾아가 굴욕 끝에 수술비를 마련하지만, 너무 늦게 병원을 찾은 형은 결국 죽고 만다. 동생은 또 다른 ‘동생’을 만나 자신이 ‘형’이 되어 형이 물려준 포장마차를 운영하게 되고 병원의 간호사와 미래를 꿈꾸는 사이가 된다.

겉으로는 유쾌한 젊은이들이 벌이는 코메디라 했으나 이 연극을 본 사람들은 마음이 무거웠으리라 믿는다. 우선 죽은 형은 고아라고 했다. 부모가 없으니 금수저는커녕, 흙수저도 제대로 물어보지 못한 처지의 젊은이다.

시인이 되고자 했던 이 젊은이가 이 세상에서 꿈꾸었던 일은 떳떳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 곧 단순한 ‘자립(自立)’이 아니었을까. 이 소박한 꿈도 세상은 그에게 허용하지 않았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고, 누구보다 밝고 건강하게 세상을 살았음에도 말이다.

동생 또한 좌절하지 않는다. 자기가 새 ‘형’이 되어 옛날의 죽은 형이 못다 한 삶을 이으려 한다. 역시 밝고 건강하게.

제목에는 두 ‘바보’가 나온다. 여기서의 바보는 남을 낮춰 부르는 바보가 아니다. 꾀부리지 않고 속이지 않고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원망하지 않고 고통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그러니 바보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이 많아야 한다.

꾀 많고 말만 잘하고 남 탓하고 원망 많은 사람이 환영받을 곳은 별로 많지 않으리라 싶다. 바보 뒤에 ‘처럼, 같이’라는 조사가 각기 다르게 붙여진 것은 둘 다 바보이긴 하되 사람은 각기 다르다는 뜻을 재미나게 표현하지 않았을까.

살기가 어려워 많은 것을 포기하는 젊은이가 많다고 한다. 남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간섭할 수는 없는 일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사족 같은 말을 보태자면 젊은이들이 가진 가장 큰 재산은 그들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다는 점이다.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젊은이들에게 이 연극을 권하고 싶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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