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반려동물 문화의 확산, 그 빛과 그늘 ③

필요성엔 ‘공감’…그러나 갈 곳 없는 ‘유기동물시설’
이유는 주민들의 반발…‘시끄럽고 냄새 난다’
기존 혐오시설 활용 사례, 사천에도 적용 가능할까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 유기나 개물림 사고, 반려동물 사체 처리 문제 등, 사회적 문제 발생 빈도 역시 증가세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시설 등을 새로 지으려 해도 주민들과의 갈등으로 진행이 어려운 상황. 다른 지역의 상황을 살펴 반려동물 문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 개선과 주민과의 갈등 해결책을 찾아 본다. -편집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새로이 생기는 문제점 중 하나는 유기동물의 증가다. 이 유기동물은 농작물과 가축을 해하거나 사람까지 위협한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새로이 생기는 문제점 중 하나는 유기동물의 증가다. 이 유기동물은 농작물과 가축을 해하거나 사람까지 위협한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뉴스사천=김상엽 기자]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새로이 생기는 문제점 중 하나는 유기동물의 증가다. 이 유기동물은 농작물과 가축을 해하거나 사람까지 위협한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지만, 공공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현실이다. 이는 사천시도 마찬가지다.

먼저 지난해 사천시에서 발생한 유기동물은 356마리다. 올해는 지난해 수준을 훨씬 앞지르는 상황. 9월 중순까지 363마리의 유기동물이 생겼다는 게 사천시의 설명이다. 유기동물 관리 업무를 맡은 사천시 축산과 동물방역팀은 “한 달에 20~30마리꼴로 들어오던 게, 올해 들어서는 40마리 넘게 들어오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선구동 망산공원 인근에서 발견돼 사천시 임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중인 강아지.
선구동 망산공원 인근에서 발견돼 사천시 임시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보호중인 강아지.

사천시의 공공 유기동물보호소는 임시보호소인 탓에 그 규모가 작다. 적정 보호 두수는 39마리다. 하지만 현재 보호 두수는 80마리가량으로 적정 규모를 2배나 넘긴 상태다. 시는 제대로 된 유기동물보호센터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주민 반발을 고려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는 주저하고 있다. 대체로 이 시설도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까닭이다.

 

이런 현실을 바탕에 두고 전국의 몇몇 동물보호센터를 둘러봤다. 사천에서 참고할 만한 게 있으려나 해서다. 먼저 찾은 곳은 용인시 동물보호센터다. 용인시는 민간 동물병원 3곳을 지정해 유기동물을 보호하다 관리 문제, 민간단체 반발 등에 따라 직영 센터를 마련하게 됐다.

용인시 동물보호센터. 용인시는 민원을 가능한 한 피하려 시가 이미 보유한 땅에 센터를 짓는 방식을 택했다.
용인시 동물보호센터. 용인시는 민원을 가능한 한 피하려 시가 이미 보유한 땅에 센터를 짓는 방식을 택했다.

용인시는 민원을 가능한 한 피하려 시가 이미 보유한 땅에 센터를 짓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도 처음엔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애를 먹었다. 주민공청회와 설명회를 열고 지속적인 방문과 설득을 거쳤다. 이런 진통 끝에 용인시 동물보호센터는 경전철 확장 예정지에 연면적 1053㎡ 규모로 들어섰다. 이로써 100여 마리밖에 보호하지 못하던 용인시 동물보호센터는 현재 300마리가량의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관리 조직도 축산과 동물보호 1개 팀 2명에서 동물문화팀, 동물보호팀, 동물구조팀 3개 팀 9명으로 확대 개편했다.

 

유기동물 보호에 중요한 점은 적정 두수를 유지하는 데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기동물이 발생하지 않게 하는 일과 입양 홍보가 큰 몫을 차지한다. 그 단면을 서산시 동물보호센터에서 찾을 수 있다.

서산시 동물보호센터. 서산시는 농업기술센터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동물보호센터를 지었다.
서산시 동물보호센터. 서산시는 농업기술센터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동물보호센터를 지었다.

서산시는 농업기술센터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동물보호센터를 지었다. 건립에 반대하던 주민들과 선진지를 견학해보기도 하고 수많은 설득을 거쳐 센터가 탄생했다. 이 센터의 특징은 유기동물보호소와 반려견 놀이터, 입양카페를 다 갖췄다는 점이다. 반려견 놀이터는 반려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조성한 시설이다. 반려인과 반려견 사이에 유대감을 키워 유기동물 발생을 줄이는 데도 긍정적 역할을 한다.

입양카페와 반려견놀이터도 함께 갖춰 많은 반려인들이 찾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입양카페와 반려견놀이터도 함께 갖춰 많은 반려인들이 찾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입양카페에서는 예비 반려인에게 유기동물을 소개하고, 입양을 위한 상담과 교육을 제공한다. 반려견 놀이터와 입양카페가 함께 있는 서산시 동물보호센터는 유기동물 입양에 관심 있는 사람뿐 아니라 반려인들도 함께 찾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반려견 놀이터를 한층 진화시킨 곳도 있다. 바로 오산시가 만든 ‘오산 동물농장tv 테마파크’다. 이 테마파크도 초기엔 주민들의 반발로 들어서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경기도 특색사업 공모전’에서 혁신상을 받은 방안이 나타났다.

오산시는 하수종말처리장을 덮고, 그 위에 약 1만㎡규모의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이미 기피 시설이던 하수처리장을 활용해 주민 반발이 적었다. 주위에는 공원과 오산천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오산시는 하수종말처리장을 덮고, 그 위에 약 1만㎡규모의 반려동물 테마파크를 조성했다. 이미 기피 시설이던 하수처리장을 활용해 주민 반발이 적었다. 주위에는 공원과 오산천이 있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오산시청의 젊은 공무원들이 낸 아이디어는 이렇다. 기존에 운영하던 하수종말처리장을 덮음으로써 생긴 빈 땅에 반려동물 관련 시설을 짓자는 것. 이미 기피 시설이던 하수처리장을 활용하는 방법인데다, 주위에는 공원과 오산천이 있어 문화 여가 공간으로도 큰 점수를 받았다. 오산 반려동물 테마파크는 주말 일일 평균 5~6백 명이 찾는 명소다.

 

기존의 기피 시설을 새로이 탈바꿈시키는 방안은 멀리 가지 않아도 찾을 수 있다. 경남 고성군의 유기동물보호센터다. 이 시설은 처음엔 민간에 맡겨 운영했으나, 사천과 비슷하게 점점 논란이 일자 지금은 고성군이 직접 운영한다.

그러나 아직은 임시보호소다. 군 농업기술센터 창고 건물에 급하게 자리를 잡은 탓에 소음 관련 민원도 많고, 규모도 작은 편이다. 이에 고성군은 센터를 새롭게 짓고자 한다. 문제는 또 장소. 전전긍긍하던 고성군은 상하수도사업소에 유기동물보호센터를 짓는 방안을 마련했다. 상하수도사업소는 이미 기피 시설인데다, 마을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어 민원이 적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지자체가 기존 혐오시설을 활용하거나 공공 용지에 유기동물보호센터를 짓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아직 이렇다 할 계획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사천시가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