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H마트에서 울다

『H마트에서 울다』미셸 자우너 저 / 문학동네 / 2022
『H마트에서 울다』미셸 자우너 저 / 문학동네 / 2022

[뉴스사천=권해드니 삼천포도서관 사서]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말이 있다. 바다 근처에 살면 신선한 해산물을 많이 먹게 되고, 이슬람 국가에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처럼 나를 둘러싼 사회적·문화적 영향이 내가 먹는 음식에 담겨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라나면서 한국인일 수 있을까?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자란 저자는 이 책을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H마트란 아시아 식재료를 전문으로 하는 슈퍼마켓으로, 어머니가 접하게 해 주었던 한국 문화와 한국 음식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다. 

미셸은 스스로 미국인인지 한국인인지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한 채 고민하는 성장기를 보냈다. 어머니는 한국어와 한국 문화, 한국 음식을 꾸준히 알려 주며 미셸을 키웠지만, 그녀는 어머니의 헌신과 수고를 간섭으로 느끼며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정한 채 성인이 되어 집을 떠난다. 그러던 중 어머니의 암 소식을 듣게 되고, 미셸은 고민 끝에 집으로 돌아와 엄마의 마지막을 지키며 엄마의 삶과 사고방식을 이해하려고 애쓴다.

음식은 엄마가 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미셸은 어머니를 답답하게 여기면서도 어머니의 음식을 떠올릴 때마다 그녀의 사랑과 애정이 얼마나 충실했는지를 느꼈고, 어머니의 죽음 이후 H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요리를 하며 다시금 추억을 떠올린다.

작가이자 감독인 이길보라는 이 책의 추천사에서 “이 책을 읽고 울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라고 말했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여러 번 울었고, 다시 서평을 쓰기 위해 읽으면서도 여러 번 눈물을 참았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통해 애도와 상실을 이야기하고, 엄마와 딸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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