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발사 성공, 그 너머로 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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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호 발사 성공, 그 너머로 가야 할 길’
  • 뉴스사천
  • 승인 2022.10.1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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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N'과 함께] 이달의 인물 : 한창헌 KAI 미래사업부문 부문장
한창헌 KAI 상무(미래사업부문장)가 항공우주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한창헌 KAI 상무(미래사업부문장)가 항공우주센터를 소개하고 있다.

[뉴스사천]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나라가 7대 우주 강국으로 발돋움했다는 평가가 쏟아진다. 달 탐사 등 우주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도 활짝 열렸음이다. 마침 정부가 항공우주산업을 포괄할 (가칭)항공우주청 설립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설립 장소로는 사천시가 유력하게 손꼽힌다. 이러한 상황을 누구보다 반기는 이가 있으니, 한국항공우주산㈜(=KAI)의 한창헌 상무다. 그를 만나 누리호 발사 성공과 항공우주청 설립이 사천 지역사회에 미칠 긍정의 영향을 살폈다.

역사적인 순간을 목도하며
2022년 6월 21일 오후. 온 국민의 관심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로 향해 있었다.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KSLV-Ⅱ)가 우주로 쏘아 올려지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오후 4시 정각에 발사대를 떠난 누리호는 13분이란 짧은 비행 끝에 고도 700㎞의 목표 상공에 안착했다. 누리호 개발 사업을 시작한 2010년 이후 약 12년 만에 이룬 쾌거이자, 무게 1톤 이상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세계 일곱 번째의 국가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 순간에 긴장과 흥분, 감동이 가장 진하게 교차한 곳은 아마도 나로우주센터였을 테다. KAI 한창헌 상무(미래사업부문장)도 이곳에서 역사적 순간을 목도하고 있었다.

“누리호 발사 장면을 저희 사장(=안현호)님과 같이 봤어요. 누리호의 구성품 하나하나 우리 엔지니어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게 없고,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지 않은 게 없었기에 뭉클한 감정이 올라왔죠.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는 차분하게 지켜본 것 같아요. 예전에 T-50(=초음속 고등훈련기)이나 수리온(=한국형 기동 헬기)을 개발해 초도 비행에 성공할 때는 눈물이 쏟아질 만큼 감동이 컸는데, ‘왜일까?’ 하고 잠시 생각해보니, 누리호는 온전히 우리가 책임지고 개발한 게 아니었던 거죠. KAI가 발사체 종합 제작을 맡았지만, 프로젝트의 전체 진행은 항우연(=항공우주연구원)이 맡았거든요. 만약 우리가 주도했다면 감정과 감동이 다르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렇게 말하는 한창헌 상무는 1969년생으로, 1988년에 서울대 항공공학과(지금의 항공우주공학과)에 입학하면서 항공우주 분야에 뛰어들었다. 이곳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잇달아 받은 뒤인 1999년 초, 대학원 졸업과 동시에 KAI의 전신 중 하나인 대우중공업에 입사했다. 그는 T-50과 수리온 개발 업무에 차례로 참여하면서 경력을 쌓았다. T-50과 수리온의 초도 비행 성공에 감동이 남달랐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저는 처음부터 연구소나 대학으로 갈 마음은 없었어요. 엔지니어로서 항공 제품 개발에 마음이 더 가 있었던 거죠. 공학도라면 실제로 사용할 제품을 개발하고 만드는 게 소명이다,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직원과 이야기 나누는 한창헌 상무.
직원과 이야기 나누는 한창헌 상무.

항공우주산업 중심에 KAI가 있다
한 상무는 수리온 개발 이후로 공격 헬기 사업 팀장, 회전익 사업 협력 실장, 개발 사업 관리 실장을 거쳐 2020년엔 우주 C.E.(Chief Engineer) 자리에 오른다. 회사 내에서 우주 관련 사업의 기술 총괄 관리자인 셈이다. 그해 7월에는 업무 분장에 따라 미래사업부문이 새로이 생기면서 이곳의 장을 맡아 KAI의 미래 먹거리 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미래사업부문에는 위성 발사체 개발 사업, 무인기 개발 사업, 훈련 체계 개발 사업, 이렇게 3개의 사업이 있어요. 하나 같이 KAI의 미래를 이끌어 갈 잠재력이 있는 사업이죠. 현재로선 각각의 사업을 육성할 방안을 찾고 준비하는 게 업무고요. 나중엔 세 가지 부문별로 나누어 발전하리라 봅니다.”

결국 미래사업부문에 위성 발사체 개발 사업이 포함됨으로써 한 상무도 누리호 발사 업무에 인연이 닿은 셈이다.
이번 누리호 발사 과정에 KAI는 로켓 1·2·3단의 각 조립과 총조립을 맡았다. 1단 발사체의 연료·산화제 탱크 제작도 KAI의 몫이었다. KAI는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에 도전한다. 이 사업의 사업자로 선정되면 앞으로 남은 네 번의 누리호 발사 시험에서, 발사체 제작부터 발사까지 전체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특히 누리호 4차 발사 때는 KAI가 제작한 차세대 중형 위성 3호를 우주로 실어 보낼 예정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이 KAI와 사천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요?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건 로켓 발사 서비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입니다. 항공기 제작 업체에서 발사체 제작 업체로 발을 넓혔다고 볼 수 있고요. 앞으로 우주 부문 사업이 더욱 성장하게 될 겁니다. 인공위성도 제작·납품에만 머물지 않고, 직접 운용하는 서비스 부문으로 확대할 계획이에요. 사업 물량도 정부만 바라보고 있기보다 B2B(=기업 사이 거래)나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에도 관심을 둬야죠. 서비스 사업을 늘리면 제조업 물량도 따라서 늘어날 겁니다.”

KAI는 6월 21일 발사한 우주 발사체 ‘누리호’의 체계 총조립을 맡은 바 있다.
KAI는 6월 21일 발사한 우주 발사체 ‘누리호’의 체계 총조립을 맡은 바 있다.

항공우주청이 있어야 할 곳은 사천
한 상무의 이 말은, KAI가 누리호 발사 성공을 계기로 발사체 제작에 머물지 않고 발사 서비스 산업으로 넓혀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과 같다. KAI가 올해 초, 영상 분석 전문 업체인 메이사(Meissa)와 손을 잡고 위성 활용 서비스 분야에 진출한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 일이다. 서비스 사업 진출이 제조 물량 확보로 이어져 지역 관련 업계도 함께 성장할 것이란 긍정적 기대도 깔고 있다.
참고로 이번 누리호 발사에는 KAI뿐 아니라 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지브이엔지니어링, 카프마이크로, 대화항공, 동영M&T, 한국표면처리㈜, 조일, 율곡, 남양정밀, 포렉스, 코텍이 사천 소재 기업으로 참여했다.
그는 최근 사천 시민들 사이에 큰 관심사로 떠오른 항공우주청 설립에 관해서도 소신을 밝혔다.

“정부가 항공우주청을 설립한다니 다른 지역에서도 유치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일부에선 항공청과 우주청을 쪼개자는 이야기도 하고요. 그러나 안 될 말이죠. 항공이든 우주든 ‘산업화’가 중요한데, 그러려면 기업 중심으로 가야 해요. 항공우주 부문의 기업과 제조업이 몰려 있는 곳이 어딥니까, 사천이잖아요? 그러니 항공우주청이 있어야 할 곳도 당연히 사천이죠.”

한 상무는 그러면서 위치나 장소에서 역할과 임무로 관심을 옮겨야 함을 강조했다.

“항공우주청 설립은 여러 부서로 흩어져 있는 관련 업무를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여기에 실행력을 갖추려면 법을 발의하거나 예산 계획을 스스로 세울 수 있어야 하는데, ‘부’나 ‘처’라면 모를까 ‘청’이라는 기구로는 불가능하죠. 만약에 ‘부’나 ‘처’가 아니라 ‘청’에 머문다면, 자체적인 사업과 예산 계획을 세우고 집행할 수 있는, 어떤 보완적 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봐요. 그래야 항공우주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그나마 빨리 키울 수 있을 겁니다.”

한창헌 상무는 4~5개의 국을 가진 항공우주청에, 연구기관과 기업들이 빼곡히 어우러진 ‘항공우주의 도시, 사천’을 상상하면서, “거기까지 갈 길이 멀고 험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역사회를 향해선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지혜를 함께 모으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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