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 신동’ 말고…‘국악 소녀’가 딱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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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 신동’ 말고…‘국악 소녀’가 딱 좋아요!”
  • 하병주 기자
  • 승인 2022.10.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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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N'과 함께] 이달의 인물 : '사천 국악 소녀’ 구민정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8월 3일, 사천시장실에서는 이웃돕기 성금 전달식이 있었다. 200만 원이란 귀한 성금을 낸 이는 뜻밖에 11살의 어린이. ‘에이, 부모님이 준 돈을 대신 낸 거겠지!’ 이렇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성금의 주인공은 사남초등학교 4학년 구민정 학생으로, 이미 공중파 방송 프로그램과 공연 무대에 여러 차례 출연한 바 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사천 국악 소녀’라는 별명이 따르는 그 주인공을 만난다.

‘사천 국악 소녀’라는 별명이 무척 마음에 든다는 구민정 학생.
‘사천 국악 소녀’라는 별명이 무척 마음에 든다는 구민정 학생.

한복에 반해 시작한 국악
“일곱 살 땐가, 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는데, 한복을 곱게 입고 노래 부르는 모습을 봤어요. KBS 국악한마당이란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은데 그 모습이 너무 멋져 보이는 거예요. 판소리보다 한복에 눈이 더 갔던 것 같아요. ‘저 한복을 입으려면 국악을 배워야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고, 부모님을 졸랐어요.”

한복이 멋지고 예뻐 보여 판소리를 배우게 됐다니 조금은 엉뚱하다.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때도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은 채였다. ‘국악 소녀’의 ‘한복 사랑’ 이야기가 방송을 타면서 유명 한복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한 한복을 선물하기도 했다니, 예사로운 일은 아니다.

구민정 학생은 아버지 구정욱, 어머니 최효선 씨 사이에 3녀 1남 중 둘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사남면 능화마을이 고향으로, 젊어서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위험한 장면의 배우 대역을 맡는 스턴트맨으로 활동했다. 전업주부인 어머니 역시 평소에 국악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까닭에 부모님은 딸에게 국악을 가르치기로 마음먹을 때 나름으로 고민이 깊었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그 분야에 지식이 짧음을 걱정했다. 또, 단지 한복이 멋지다고 판소리를 배우겠다고 나서는 딸의 행동이 어리광에 가깝다고도 여겼다. 그래서 처음엔 ‘조금 배우다 말겠지’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가르칠 분을 수소문했다.

그렇게 ‘어쩌면 큰 기대 없이’, 구민정 학생은 여덟 살 때부터 진주와 창원을 오가며 판소리에 입문했다. 그런데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사천 수궁가 전국 판소리·고법 경연대회’ 수상을 시작으로 ‘제28회 전국 청소년 민속예술 경연대회’에서 판소리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또, MBC ‘얼쑤! 우리 가락 한마당’, KBS 국악한마당, SBS 스페셜 ‘범 내려온다 흥 올라온다’ 프로그램에 잇달아 출연했다. 이 모두가 열 살이 되기 전에 일어난 일이다.

“아직은 크게 힘든 줄 모르겠어요. 남들은 걱정해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재밌거든요. 소리를 지르면 뻥 뚫리는 느낌이 좋고, 속이 시원해요. 소리하는 대목 대목에서 저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감탄사가 터질 때도 있어요. 그게 국악과 판소리의 매력인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은 열정이 되고
2020년 구민정 학생이 판소리의 매력에 푹 빠져 실력을 뽐낼 무렵, 그의 부모님은 다른 걱정에 빠져 있었다. ‘아이의 재능을 제대로 받쳐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다. 그래서 딸에게 소리 공부를 그만두기를 권했다. 실제로 몇 달 공부를 쉬기도 했다. 그러나 딸의 의지에 두 손 들었다.

“여러 가지 복잡한 마음이었어요. 공부에 비용도 만만찮게 들고, 그렇다고 공부한 결과가 아이 장래에 어떻게 나타날지 분명치도 않고. 그래서 그만두자고 했는데, 아이는 울면서 소리만 더 배우게 해 달라고 매달렸지요. 몇 달 공부를 쉬면 스스로 포기하겠거니 했는데, 혼자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공부를 계속하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가 마음을 바꾸기로 했어요.”

구민정 학생 어머니의 설명이다. 배움의 중단 위기를 넘긴 구민정 학생은 새로운 선생님을 찾아 나섰다. 그렇게 찾은 이가 국악인 김율희 씨다. 김율희 씨는 판소리의 대중화를 위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국악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새 선생님이 서울에 있는 까닭에 거의 한 주도 빠짐없이 일요일이면 최효선·구민정 모녀는 서울을 오간다. 그 시간이 힘듦보다는 즐거움에 가깝단다.

“소리를 배우다 보니 제가 좋아하는 목소리가 따로 있더라고요. 탁하고 거친 소리보다는 맑고 투명한 소리가 좋던데, 김율희 선생님의 목소리가 바로 그런 소리예요. 저도 선생님을 닮고 싶어요. 서울까지 다니는 거요? 힘들지만 오히려 좋은 점도 있어요. 수업을 마치고 내려오는 차 안에서 엄마랑 둘이서 바로 복습할 수 있다는 거죠. 모든 게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11살, 초등학교 4학년이 하는 이야기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구민정 학생에게선 어른스러움이 묻어났다. 국악을 대하는 자세도 진지했다. 또래 친구들은 케이 팝(K-Pop)이나 트로트 등 가요에 열광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역시나 또박또박 분명한 답이 돌아왔다.

“친구들이 그런 음악을 좋아하는 것처럼 저는 우리 소리가 좋아요. 예전에는 부끄러움이 많아 남 앞에 잘 나서지 못했는데, 소리를 배우고 무대에 자주 서면서 자신감이 붙었나 봐요. 작년에 학교에서 장기자랑으로 판소리를 하니 친구들이 다 좋아해 줬어요. 친구들한테 칭찬을 들으니 더 잘할 자신이 생겼어요.”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국악인
구민정 학생은 트로트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제안도 받았으나 자신이 갈 길은 아니라고 생각해 거절했단다. 춤도 추어야 한다는 사실이 거절의 주된 이유였다. 대신에 언젠가는 다른 춤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국악에 어울리는 전통춤, 민속춤을 배우고 싶다는 얘기다. 나아가 지금도 가야금, 북, 장고 등 악기를 배우고 있으니, 구민정 학생은 국악인을 넘어 종합 전통음악 예술인이 되고 싶은가 보다. 목표가 아주 구체적이었다.
“저는 ‘사천 국악 소녀’라는 이름이 참 좋아요. ‘국악 신동’은 너무 부담스러워요. 그렇게 실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내가 좋아하는 게 판소리니까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도 국악을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요. 그리고 명창 소리는 들어야죠. 명창이 되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하고 싶어요.”

국악을 전공해 명창이 되고, 대학 교수가 되고 싶다는 그의 말이 그리 가벼이 들리지 않는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성실함과 꾸준함이 읽혀서다. 그나저나 구민정 학생은 무슨 마음으로 이웃돕기 성금 200만 원을 선뜻 내놨을까?

“TV에서 누군가를 도우려 기부를 하거나 후원하는 모습이 그렇게 멋져 보였어요. 저도 직접 해보고 싶었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방송 출연료와 대회 시상금, 용돈을 모은 게 300만 원 정도 있어서 그중 200만 원을 성금으로 내었어요. 돈은 이것밖에 못 냈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재능기부를 많이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내 소리를 들을 때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구민정 학생의 아버지 구정욱 씨의 딸을 향한 당부를 덧붙인다. 구민정 학생이 훌륭한 명창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자기가 하는 일에 만족할 줄 알면서 바라는 걸 조금씩 이뤄나갔으면 좋겠어요. 설령 실패하더라도 좌절하진 않았으면 좋겠고요. 무엇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국악인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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