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룡산이 품은 현종 이야기를 십이지신의 춤과 노래로
장자번덕 단원과 시민 배우가 어우러진 작품…‘눈길’
이훈호 연출가 “지역의 역사·문화 요소 계속 찾을 것”

 

 10월 29일 토요일 저녁, 역사 뮤지컬 ‘와룡, 고려를 깨우다’가 삼천포대교공원 야외 무대를 밝혔다.
 10월 29일 토요일 저녁, 역사 뮤지컬 ‘와룡, 고려를 깨우다’가 삼천포대교공원 야외 무대를 밝혔다.

[뉴스사천=정인순 기자] 가을이 완연하던 29일 저녁, 역사 뮤지컬 ‘와룡, 고려를 깨우다’가 삼천포대교공원 야외 무대를 밝혔다. 쌀쌀한 날씨에도 많은 시민이 공연장을 찾은 가운데, 관객들은 유독 “지역성이 돋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뮤지컬은 사천문화재단과 극단 장자번덕이 사천시의 역사문화자원인 ‘고려 현종’을 소재로 제작한 지역특화콘텐츠로, 와룡산이 품은 사연과 현종의 일대기를 사천땅을 지키는 십이지신의 춤과 노래로 엮어 만들었다. 열두 신이 이야기 속 인물을 맡아 우리 고유의 가무악과 인형, 탈놀이 등으로 한바탕 신명 나게 노는 형식이다.

최근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성’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문화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지역의 전통, 역사, 문화 등을 소재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지역특화콘텐츠 발굴과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커지며 지역성을 강조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지자체가 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번 ‘와룡, 고려를 깨우다’ 역시 고려 현종이 어린 시절을 보낸 사천을 배경으로 풍패지향 사주 천년의 역사를 전문 배우와 시민 배우가 함께 참여해 뮤지컬로 엮어 무대에 올렸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 한다. 시민 배우들은 지난 9월부터 극단 장자번덕에서 발성과 몸짓, 장단, 호흡 등 연극의 기초과정을 배우며, 전문 배우들과 공연 연습을 함께했다고 한다.

이번 뮤지컬을 관람한 시민들의 반응으로 미루어 의도한 만큼의 성과를 인정은 받은 듯 보인다. 지역에서 뮤지컬을 볼 기회가 별로 없어 일부러 시간을 냈다는 정금영(사천읍, 45) 씨는 공연이 끝난 뒤 “볼거리도 많고 배우들의 연기나 노래도 다 좋았다”며 “사천을 배경으로 해서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사천의 소재를 뮤지컬에 가져온 점, 즉 ‘지역성’에 주목해 긍정적 평가를 남긴 관객들은 정 씨 말고도 여럿이었다. 실제로 이 극에서는 고려 현종과 그의 아버지 왕욱에 얽힌 사연, 사천시의 주산인 와룡산의 유래, 고려 현종이 사천의 와룡산 기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자신을 어린 뱀에 비유하며 언젠가 용으로 승천할 거라 꿈꾸는 장면 등이 등장해 사천이란 지역성을 잘 드러냈다.

공연 연출을 맡은 극단 장자번덕 이훈호 대표는 “지역 예술 단체로서 지역만의 독특한 역사적, 문화적 요소를 발굴해 재창조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며, “여기에 머물지 않고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다양한 작품으로 시민들을 계속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공연에 앞선 오후 5시부터는 다채로운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체험 부스가 운영돼 시민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루디아 공예원의 ‘도자기로 고려 현종 그리기’ △그린아띠의 ‘고려현종 천연비누 만들기’ △한지공예 도언공방의 ‘고려현종 캐릭터 소품 만들기’ △소담 민화 화실의 ‘민화로 그리는 고려현종 캐릭터’ △사천향교 구암한시협회의  ‘고려현종의 발자취’ 등이다. 이 밖에 서예 체험 프로그램도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여기엔 서예가 한승찬·김현미·윤영미 씨가 참여했다. 

공연에 앞선 오후 5시부터는 다채로운 문화예술프로그램 열렸다.
공연에 앞선 오후 5시부터는 다채로운 문화예술프로그램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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