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립공원 준비 중인 광포만, 상생과 발전 방안은 ②

90년대 골재채취 반대 운동 계기로 습지의 생태적 가치에 눈떠
5.4㎢ 갈대와 22.6㎢ 갯벌에 살아 숨 쉬는 희귀 동·식물들
국가정원과 습지 연계한 체계적 생태관광과 보전·활용법 모색

도심지 인근에 조성한 순천만국가정원. 
도심지 인근에 조성한 순천만국가정원.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국내 최대 갯잔디 군락지이자 멸종위기종 생물들의 보금자리인 사천시 광포만의 한려해상국립공원 편입이 몇 해 전부터 추진되고 있다. 광포만 국립공원은 지역민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뉴스사천>에서는 국립공원 혹은 습지보호구역이 지역주민과 조화를 이루며 상생 발전하는 사례를 살피고, 광포만의 생태관광자원화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안습지 순천만은 사시사철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생태관광지다.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일부 줄어들긴 했으나, 지난해에도 200만 명이 넘는 유료관광객이 순천만습지와 순천만국가정원을 찾았다. 

순천만은 어떤 곳?

순천만습지는 한국에서 갯벌이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연안습지로 알려져 있으며, 340여 종의 식물과 230여 종의 조류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순천시내를 관통하는 동천과 상사면에서 흘러온 이사천이 만나는 지점부터 하구까지 약 3㎞ 길이의 강을 따라 5.4㎢(170만 평)의 갈대와 22.6㎢(690만 평)의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순천만의 습지는 우리나라 갯벌 가운데 염습지가 남아있는 유일한 갯벌이어서 자연생태사 측면에서 높은 보존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학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순천만습지는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순천만습지는 매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순천만은 흑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 민물도요 등 국제 희귀조류의 월동지이자 넒은 갯벌과 갈대군락으로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면서 연안생태계의 보고로 이름을 날렸다. 

순천만은 2003년 습지보호구역 지정 이후 2006년 한국 연안습지 최초로 람사르습지로 등록했고, 2008년에는 국가명승지에 이름 올렸다. 2009년엔 전국 최우수 환경도시에 선정됐다. 2010년엔 세계습지의 날 표창을 받았으며, 2011년엔 관광공사 10대 경관지에 이름 올렸다. 

2013년에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열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2014년께 순천만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영구 개장했고, 2015년에는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됐다. 202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준비하고 있다. 

순천만은 2002년 10만 여 명이 관광객이 방문하던 곳이었으나, 2005년 탐방객이 300만 명 이상으로 늘었고, 현재는 600만 명이 찾는 대규모 생태관광지로 변모했다. 이에 순천시는 생태계 보호는 물론 지역경제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순천만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습지 전경. 평일 오후임에도 순천만습지를 찾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순천만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습지 전경. 평일 오후임에도 순천만습지를 찾는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순천만이 알려진 계기는?

순천만의 생태적 가치와 생태관광 가능성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199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 민간업체에서 동천하류 하도정비를 겸한 골재채취를 추진하자, 순천 주민과 시민단체들이 대응에 나섰다. 주민과 시민단체들은 하구 생태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없다는 점, 하천 직강하의 문제점, 갈태밭의 생태적 가치를 호소했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1997년 순천만 첫 생태계 조사 당시 흑두루미, 황새, 재두루미, 매 등 희귀조류들이 순천만을 찾고 있음을 확인했고, 생태적 보존가치가 높다는 점을 외부로 알려 나갔다.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토론회, 행정감사 청구, 생태체험과 교육, 생태문화축제 등을 열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시민과 활동가들의 다양한 노력 덕에 골재채취사업은 없던 일이 됐다. 물론 재산권 침해를 우려한 일부 주민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순천시가 주민들을 설득해 나가면서 현재의 모습에 이르게 됐다. 

 

순천만을 찾은 철새들.
순천만을 찾은 철새들.

흑두루미와 갈대밭 생태관광 주목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순천만은 흑두루미와 갈대밭으로 생태관광지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순천시는 2007년부터 생태관광전문가들과 순천만 관리 방안을 연구하고, 습지복원과 생태관광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다른 지자체들의 주목을 받았다.

2008년에는 순천만 주변 보전을 위해 약 537만㎡를 생태계보존지구로 지정하고 주변지역 상가 건물 7동을 이전하거나 리모델링해, 철새 탐조대와 쉼터로 조성하였다. 흑두루미 등 철새 보호를 위해 전봇대 282개를 철거한 일도 유명하다. 

특히, 순천만습지 파괴를 최소화하고, 도심 공간이 팽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에코벽 형태의 도심지에 순천만국가정원이다. 순천만과 도시 사이에 정원을 조성한 것이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마찰도 있었으나 습지보전정책에 따른 경제적 이익과 헤택 등에 대해 협의를 거쳤다. 

순천시는 순천만과 발원지를 연결하는 동천수계를 ‘중심 생태축’으로 정하고, 핵심 보전지역, 전이지역, 완충지역으로 구분해 토지이용방안의 틀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 도심지역의 국가정원과 하구지역의 순천만습지를 연계한 생태관광과 보존이 이뤄지고 있다. 

순천시는 순천만 관련 업무를 순천만관리센터로 일원화해 효율적 관리를 모색하고 있다. 순천만관리센터는 국가정원 운영과, 정원산업과, 순천만보전과 등 3개부서로 구성되어 있다. 순천만 관리부터 보전, 해양수산, 생태연구는 물론 정원산업 육성정책과 정원박람회 지원 등을 센터에서 총괄적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 전경.
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 전경.

지자체와 주민, 시민단체 협업 

앞서 순천시는 순천만습지 입장료 수입을 활용한 주민숙원사업 추진, 경관농업, 갈대축제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직접적 이익이 돌아가도록 노력했다.

순천시와 시민단체들은 2012년엔 순천만 지역공동체 참여 거버넌스(조직 체계)를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열었다. 시와 단체들은 습지관리의 원칙으로 수용가능한 생태계 용량을 측정해 생태관광 원칙을 지키자는 데 뜻을 모앗다. 지원사업을 통한 친환경관리 협업체계 마련, 생태계 조사와 연구, 체험학습 기능 강화 방안 등도 논의했다.

2013년엔 순천환경운동연합 등 20여 개 단체가 참여한 순천만지키기시민회의가 결성돼 ‘습지보전 및 지원사업조례’ 등의 주민조례 발의 운동을 본격화했다. 2014년께는 주민 발의안과 시 수정안을 통합한 통합 조례안이 통과됐다. 

이 조례는 순천만습지와 순천만정원 전년도 수입결정액의 100분의 10 이내에서 생태계 조사와 순천만 주변마을 주민 대상의 주민참여 프로그램 공모사업, 순천만 갯벌생태안내인 양성교육과 프로그램 개발, 순천만습지 보전에 맞는 사업이나 활동, 생태 조사자료 백서 발간, 학술대회 개최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더넓게 갈대밭이 펼쳐진 순천만.
더넓게 갈대밭이 펼쳐진 순천만.

김경원 순천만생태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사천 광포만 역시 남해안에서 자연생태가 가장 잘 보전된 곳 중 하나”라며 “순천만도 갈등이 있었으나 지자체와 시민단체가 각자 영역에서 호흡을 잘 맞췄다. 무엇보다 지자체의 단호한 의지가 중요하다. 실질적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하고 대안을 찾는 심포지엄 등이 필요하다. 언론사 주최 답사나 토론회 등도 고민해 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순천시 순천만보전과 황선미 주무관은 “순천만습지의 오늘은 지자체와 주민들의 소통과 만남, 대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민관 협업과 지자체, 시민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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