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교양강좌서 보수인사 박승춘 씨 발언에 사천시도 '당혹'

18일 사천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사천아카데미 45강에서 박승춘 자유대한지키기국민운동본부 이사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사천시가 시민을 위한 평생 교육  일환으로 마련한 시민교양강좌에 초청강사가 보수적이고 정치색 강한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강연 내용 중 지난해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안보를 무너뜨린 인물'로, 100년 전 한일합방(경술국치)의 주역인 '친일파 이완용'과 동급으로 묘사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교양'의 사전적 의미는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다. 그동안 사천시는 사천아카데미라는 이름으로, 재테크, 건강, 문화, 교육 등 주민 생활과 밀접한 내용의 시민교양강좌를 진행해왔다. 행사를 준비한 사천시도 예상보다 강도 높은 발언이 이어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8일, 보수단체인 자유대한지키기국민운동본부 박승춘 이사(예비역 중장)가 '대한민국 안보의 분기점 2010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주제로 사천아카데미 45강을 펼쳤다.

시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이날 강좌는 인근 군부대 장병들, 50~60대 중장년층, 공무원, 지역 사회단체 회원 등이 좌석을 메웠다. 이례적으로 김수영 시장이 강연을 끝까지 청취했다. 이날 강연은 중장년층에게 과거 군사정권 시절 '반공교육'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전작권 환수 = 한일합방?

박승춘 씨는 "북미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우리도 패망한 월남처럼 된다"며 "반드시 협정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의는 월남전 내용을 다룬 동영상으로 시작해 남북 대치 현실과 주민 안보의식을 강조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박 이사는 "과거 공산 월맹은 미국과 평화조약을 맺고, 미군이 철수하자 남침해 월남을 공산화했다. 우리의 현실도 다르지 않다"며 "북한이 최근 공식 제의한 북미간 평화조약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국민이 반대하지 않으면, 주한미군이 철수하게 되고 우리도 월남처럼 된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2012년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주한미군 철수의 길이 열리고, 친북세력의 요구대로 연방제 통일이 된다. 형식상 한 나라가 되면, 북한은 집안싸움으로 몰고 가 미국 개입을 막고, 전쟁으로 한반도를 공산화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100년 전 한일합방(경술국치)을 주도했던 이완용과 전시작전권 환수를 추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교했다.

박 이사는 "100년 전 데라우치 총독이 한일합방을 요구하기 전에 이완용 대신이 먼저 합방을 제안했다. 이는 그물치지 않았는데 물고기를 잡은 격"이라며 "미국은 한미동맹으로 한반도 전쟁 시 69만 병력파견 등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었는데, 노무현 대통령이 전작권 환수를 먼저 제안해 '우는 아이 빰 때린 격'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100년 전 '한일합방'과 '전작권 환수·한미연합사 해체'는 맞먹는다"고 강조했다.

'전교조·언론방송이 반미감정 주입' 맹비난

박승춘 씨는 월남전 동영상을 통해 남북 대치 현실과 철저한 안보 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전교조, 언론·방송 등이 반미감정을 주입하고, '여기 왜 미군이 있나?'는 의문을 가지게 만들었다"며 "우리나라 언론은 안보실상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촛불은 그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북한 경비정과 싸우다 죽은 우리 장병들에게 촛불을 들지 못할망정,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훈련하던 미군이 여중생 2명을 교통사고로 친 사건에 수십만이 촛불을 들고, 성조기를 불태운 사건은 우리나라 교육이 잘못된 것이다. 촛불은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고, 안보태세를 조직적으로 무력화시켰다"고 말했다.

'한미연합사 해체 유보, 시민 나서라' 주장

▲ 사천아카데미 45강 안내 포스터
그는 "오는 6월 25일 한국전쟁 기념일에 '한미연합사 해체되면 6.25 다시 온다'라는 슬로건으로 사천시민들이 힘을 합쳐 연합사 해체를 유보시킬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안보의식이 투철한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며 선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세종시도 대한민국이 있어야 있다. 후보자를 보시고,  그사람이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 지, 오늘 날 무슨 말을 하는 지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연을 들은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시민(남양동)은 "훌륭한 강의였다. 젊은이들은 이런 걸 배우지 못해서 안보의식이 없다. 우리 같은 늙은 사람에게 들려 줄 것이 아니라 학교 등에서 젊은 학생들에게 체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며 "주한미군 철수하면 누가 우리를 지키냐"고 말했다.

다른 시민(선구동)은 "전작권 환수는 노무현 정부때 주권의 문제로 접근한 것이고 양국이 합의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때, 강연이 너무 일방적인 것 같아 씁쓸했다"며 "이미 돌아가신 노 전대통령을 이완용과 비교하는 것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이라고 말했다.

사천시 당혹.."앞으론 안보 강연 없을 것"

행사를 준비한 사천시도 진땀을 흘렸다. 사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시민 평생학습의 취지와 강연 내용이 맞지 않았기 때문.  사천시 관계자는 "한 번 정도는 안보강연도 필요하지 않냐는 의견이 있어 초빙했는데,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들이 쏟아져 위태로웠다"며 "앞으로 사천아카데미에 군인 출신의 정치색 강한 인물을 강사로 섭외하는 일도, 안보강연 펼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 "앞으로는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시민들에게 유익한 내용을 중심으로 강좌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천아카데미 46강은 3월 18일(목) 오후 2시 '파워유머'라는 주제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전승훈 개그작가가 초청돼 입담을 과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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