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공 의뢰로 일본 교토대 실험, 계획방류에도 산업단지 침수

남강댐 사천만제수문으로 방류량을 늘리면 사천지역 일대가 물에 잠긴다는 사실이 모형실험 결과 드러났다. 2009년 여름 방류 모습.
강수량과 남강댐 방류량 증가에 따른 사천만 수리모형실험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계획방류량 5520㎥/s만 방류하더라도 사천일반산업단지 대부분이 물에 잠길 수 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은 사천만 지형을 그대로 축소해 이뤄진 것이라 신뢰도가 높은 반면 사천만 주변 유입하천에 겨우 80년 빈도의 홍수가 발생한 것을 가정한 것이어서, 남강댐 방류량을 더 늘리거나 예상 홍수량을 늘려 잡을 경우 사천만 주변지역에 엄청난 재앙이 닥칠 수 있음을 예고한 셈이다.

이 같은 실험은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해 4월에 발주한 ‘남강댐 방류량 변화에 따른 하류지역 수리 안정성 분석’이란 연구용역에 따라 일본 교토대 방재연구소에서 이뤄졌다.

교토대 방재연구소는 이 실험을 위해 철근콘크리트 구조물로 길이 25미터, 폭 24.67미터의 사천만 모형을 만들었다. 등고선과 등수심선, 지점별 표고차 등을 1:150 축척으로 재현한 모형이었다.

사천만으로 흘러드는 지천은 모두 10개. 여기에 80년 빈도 강수량이 발생했다고 가정했다. 80년 빈도 강수량이란 하루에 280mm의 비가 내림을 뜻한다.

이 상태에서 남강댐 방류구에서 3250㎥/s, 5520㎥/s 등 방류량을 차례로 늘려가며 사천만 수위 상승 정도를 관측했다. 공개된 자료에는 앞선 두 수치만 있어 방류량을 더 늘린 경우에 관한 통계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모형실험 결과가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한 수치모의 실험 결과와 함께 비교돼 있다. 짙은 색 부분이 지표면보다 바다수위가 더 높음을 보여준다. 수치모의 4.52, 수리모형 4.74로, 일반산업단지 표고 4미터보다 높다.

관측결과 3250㎥/s에서 사천일반산업단지의 표고(=4미터)와 거의 같은 4.01미터를 기록했다. 사천일반산업단지 조성 당시 남강댐의 방류량 기준을 3000㎥/s로 잡았던 점에 견줘 보면 예상과 거의 일치하는 셈이다.

문제는 현재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가 남강댐 용수증대사업과 치수증대사업을 진행하며 제시한 5520㎥/s의 계획방류량을 방류했을 경우다. 이 경우 실험에서 사천일반산업단지 주변 바닷물 수위가 4.74미터까지 오르는 것으로 나왔다.

간단히 말해 산업단지 대부분이 70센티미터 가량 잠긴다는 얘기다. 제방을 쌓고 배수펌프장을 가동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침수피해는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2002년 태풍 루사가 불어 닥쳤을 때 이와 비슷한 수치인 5430㎥/s의 방류량을 기록한 적이 있었는데, 산업단지뿐 아니라 사천만 주변 곳곳이 침수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방류량 늘리고 80년빈도 이상 비 내리면?.. '끔찍'..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수자원공사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방류량을 더 늘렸을 경우’다. 수자원공사의 지금 계획처럼 사천만 비상방수로를 1곳 더 설치했을 경우 사천만 쪽 최대 방류량은 1만8000㎥/s로 늘어난다.

최대 방류량의 절반인 9000㎥/s만 가화천으로 흘러도 사천만 침수피해 면적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 경우는 현재 남강댐 설계 기준인 ‘200년 빈도 홍수’를 크게 넘어 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런 상황이 사천만 유역에도 비슷하게 발생했다고 가정하면, 사천만 유입지천의 수위도 크게 높아져 피해범위가 어디까지일지 상상하기조차 힘들다는 게 사천시와 환경단체들의 분석이다.

남강댐과 사천만 주변 지도. 남강댐 용수증대사업과 치수증대사업의 핵심은 사천만쪽으로 방수로를 하나 더 뚫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물을 한꺼번에 빼내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는 이러한 예상 침수피해에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을까.

공개된 일부 보고서에는 사천만 제수문 아래 삼계교~유수철교 사이 1.8킬로미터 구간 제방이 0.1~4.31미터가 낮다고 보고, 제방을 보강 또는 확장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혀 놓았다.

사천만 유입하천 중 6곳을 현행 50년 설계빈도를 80년에 맞춰 정비하고, 배수펌프장을 늘리는 방안도 담고 있다. 또 유입지천의 홍수량을 줄이기 위해 두량저수지, 풍정저수지, 구룡저수지의 둑을 높여 담수량을 늘려야 한다는 대책도 담았으며, 탑리천의 하탑마을의 집단이주도 필요성도 제기했다.

일반산업단지 일대 1.8킬로미터 구간에는 1.5미터 높이의 벽을 쌓아야 한다고 했고, 사천비행장 내 배수시설도 보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천시 관계자는 “이 정도 대책으론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말한다. 현재 알려져 있는 계획방류량 5520㎥/s는 그야말로 계획일 뿐이며, 그 이상의 방류가 언제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는 천재지변으로 규정해 그에 따른 보상만 하겠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만에 하나 사업이 강행되더라도 사천만 최대방류량 1만8000톤에 가까운 방류를 가정하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자원공사가 공개한 '남강댐 방류량 변화에 따른 하류지역 수리 안정성 분석' 연구결과 가운데 일부. 수사원공사는 이 연구과제를 지난해 9월까지 마무리 할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마무리짓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편 수자원공사는 지난해 4월에 ‘남강댐 방류량 변화에 따른 하류지역 수리 안정성 분석’이란 연구과제를 진주산업대와 인제대 등 6개 대학에 맡겼다. 그 중 수리모형실험은 특별히 이 분야 연구가 뛰어난 교토대가 맡은 것이다.

이 과제의 연구기간은 지난해 9월로 끝났다. 그럼에도 수자원공사는 “보완할 것이 많다” “곧 마무리 될 것이다” 등의 말로 연구보고서 공개를 꺼려 왔다.

이번 보도에 참고한 자료는 수자원공사가 ‘남강댐 운영수위 상승 절대반대 사천시민대책위’의 요청에 따라 지난 1월에 제출한 요약보고서 ‘사천만 수리 안정성 분석 용역 결과’이다. 남강댐사천대책위는 이와 관련해 아직 특별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18일, 관련 연구보고서가 조만간 마무리 될 것이라고 다시 한 번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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