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애니 배로스, 메리 앤 셰퍼 저  / 신선해 역이덴슬리벨 / 2018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애니 배로스, 메리 앤 셰퍼 저  / 신선해 역이덴슬리벨 / 2018

[뉴스사천=우민재 삼천포도서관 사서] 인류 역사상 모바일 메신저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동안 사람들의 소통창구 역할을 했던 것은 편지가 아닐까. 여기 편지로만 진행되는 남다른 소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있는데 이 재밌는 책에는 두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첫 번째는 제목에서 오는 난해함이다. 책 제목만 읽었을 때 이게 어떤 이야기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아무래도 건지라는 이름에서 오는 낯섦 때문인데 건지는 영국에 있는 조그만 섬들 중 하나이다(울릉도보다 조금 더 작다). 그래서 책의 제목은 ‘건지라는 섬의 감자껍질파이라는 이름의 독서 모임’인 것이다. 

이 독특한 이름을 가진 북클럽의 유래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군 점령하에 있던 건지 섬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기근과 나치의 감시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던 건지 섬의 몇몇 주민은 군인들 몰래 돼지구이 파티를 열기로 작정했다. 다행히 파티를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그만 통금시간을 어겨서 독일군들에게 걸리고 만다.

난처해진 그들은 ‘독서 모임’을 하기 위해 모였다며 둘러댔는데 다행히도 거짓말이 통했다. 문제는 이 거짓말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그날 모였던 사람들은 강제로 독서 모임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주인공이자 작가인 줄리엣이 중고로 판매한 책이 건지섬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회원 중 한 명의 손에 들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 번째 특별한 점은 앞서 말했던 대로 편지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책을 읽을수록 형식에 적응되면서 이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오히려 편지로 진행되는 만큼 군더더기 없는 진행에 만족스럽기까지 했다. 

얼렁뚱땅 시작한 독서모임이지만 각자가 고른 책들이 그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되고 그로 인해 다양한 변화를 겪게 된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또한, 전쟁이라는 힘든 시간 속에서 서로를 위하고 생각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지며, 주인공 줄리엣의 소소한 로맨스는 이 소설을 쉽게 놓지 못하게 한다. 

추워지는 겨울에 가벼운 메시지가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을 담아 쓰던 편지에 대한 추억이 그립다면 이 책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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