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압꾸정

영화 '압꾸정' 홍보물
영화 '압꾸정'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성형외과가 몰리면서 대한민국 K-뷰티를 이끄는 상징적인 곳이 된 압구정동, 그 속에는 특정할 수 없는 직업군의 사람이 있다. 카페를 사무실인 양 전화기를 들고 늘 바쁘며 인맥 관리에 철저하다. 그의 목표는 K-뷰티 비즈니스로 압구정을 세계적인 뷰티 도시로 만드는 것.

‘범죄도시’를 지키던 마블리 마동석이 압구정을 ‘뷰티도시’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스크류볼 코미디이자 연말 극장가의 유일한 코미디 영화가 <압꾸정>이다. 그런데 도대체 도무지 어디에서 웃어야 할지, 애매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웃음 포인트 실종이다. 

덩치 커다란 마동석의 끝없는 자기복제의 결과다. 물론 복제 자체로 전무후무한 성과를 내며 자랑스러워할 <범죄도시> 시리즈도 있으나, 아마도 <압꾸정>은 훗날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빼고 싶을 것 같다.

이야기는 너무나 빤해서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하염없이 흘러감에도 단지 주인공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으로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지만, 팬심으로 버티기에도 힘들 만큼 허술하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썩 괜찮은 아이디어로 출발했으나 그 어느 하나 제대로 된 만듦새를 갖추지 못한 것이 이유다. 

좋은 코미디와 나쁜 코미디의 차이는 더 웃기고 덜 웃기고의 문제도 아니며 피해 가기 좋은 말로 완성도의 차이도 아니다. 관객을 어떻게 설득하느냐의 차이다. 개연성, 우연성, 캐릭터들의 조화, 음악, 미술 등 영화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적재적소에서 제 역할을 하면 된다. 말은 쉽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잘 만든 코미디는 이 일을 해낸다.

‘형이 싹 다 꾸며줄게’라고 호기롭게 외쳤지만 정작 성형이 시급한 것은 영화 <압꾸정> 그 자체다. 마동석이라는 독보적인 배우의 필모가 조금 더 다채로워지는 방법은 장르의 다각화가 아니다. 마동석이라는 캐릭터의 자기복제가 아닌 환골탈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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