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영웅

영화 '영웅' 홍보물
영화 '영웅'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당연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때의 장단점은 매우 뚜렷하다. 역사 속 영웅을 주인공으로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웅>은 시작부터 양날의 검을 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장점이라면 안중근 열사의 삶이 주는 감동과 결부된 캐릭터로서의 매력을 들 수 있겠고, 단점이라면 결말을 이미 아는 이야기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다룬 뮤지컬 동명을 기반으로 하는 <영웅>은 원래 2020년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개봉을 하게 됐다. 그런데 하필이면 경쟁 상대가 무려 13년 만에 돌아온 <아바타: 물의 길>이다.

그래도 연출자가 <해운대>와 <국제시장>으로 쌍천만을 만든, 이른 바 ‘먹히는 코드’를 활용할 줄 아는 윤제균 감독이라 극장가 쌍끌이의 기대가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결과는 좋게 말하면 소박하고 비관적으로 말하면 기대 이하의 결과다.

사실 안중근 의사가 지닌 서사 그자체가 감동인데 굳이 코미디, 감동 코드까지 잘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넣으려고 한 게 문제다. 잘 조율된 신파, 코믹, 감동 이 모두를 버무리는 것이 윤제균 감독의 장기이긴 한데, 좋은 재료에 좋은 양념을 너무 많이 우겨 넣은 형국이다. 기록으로서 <영웅>의 가치는 분명한데, 조금 더 다른 방향을 바라봤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래와 OST는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정성화는 이제 안중근 역할의 그가 아닌 다른 곳에서 봐도 울컥할 것 같다. 참 좋은 배우다. 안중근이라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견뎌야 했던 부담, 책임감 등을 훌륭히 견뎌낸 배우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러 부족함을 메우고도 남는 노래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나는 한국인이구나’ 라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는 순간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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