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젠틀맨

영화 '젠틀맨' 홍보물
영화 '젠틀맨'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의뢰받은 사건은 100% 처리하는 흥신소 사장이 얼떨결에 검사가 돼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의 <젠틀맨>은 전형적인 범죄 오락물의 틀 속에 있다.

의도가 보이는 ‘젠틀맨’이라는 타이틀에 더해 다분히 중의적인 ‘고품격’까지 내세우면서 영화는 블랙코미디의 외피를 갖췄다. 이제 제대로 굴리기만 하면 꽤 그럴싸한 범죄 액션 스릴러가 되지 싶은데, 안타깝게도 변죽만 울리다 코미디로 마무리한 모양새다.

‘멋’과 ‘겉멋’은 그야말로 한 끗 차이다. ‘고품격 범죄 오락’을 표방하는 <젠틀맨>은 멋지고 싶었으나 멋이 겉돌면 어떻게 되는가를 제대로 보여준다. 일단 장면 하나하나에 공들인 티가 많이 난다.

‘고품격’이라는 단어를 자신 있게 갖다 붙일 만큼 음악과 어우러지는 장면 구성도 좋다. 그러나 너무 많은 걸 반복해서 욱여넣다 보니 뭐 하나 시원함 없이 늘어지고, 이내 기시감과 피로감으로 변해 누적되면서 중반의 문턱을 넘기도 전에 힘겹다. 

흔히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고 표현하는데, <젠틀맨>은 정말 반전이 있고 또 반전이 있다. 두 번의 반전이 관객의 뒤통수 치는 짜릿함으로 연결되면 좋으련만, 전조현상 없는 반전은 그저 당황스럽기만 하다.

굳이 이렇게 할 이유가 있나 싶을 정도로 설득력이 떨어지니, 밀도 높게 구성한 장면은 그저 볼거리로 전락해버렸다. 지겹게 느껴질 만큼. 공들여서 만든 게 아까워서 다 집어넣느라 러닝타임은 길어지고, 어쩔 수 없이 이것저것 다 빼느라 깜빡이 없는 끼어들기식 반전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일단 추측은 해보는데, 사실 이렇게 이유를 찾는 친절한 관객은 없다. 

아무튼 비록 헛심 썼다 싶을 만큼 멋이 겉돌긴 했어도 스타일리쉬함이 반짝반짝 빛날 때는 눈부시다. 특히 작품마다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는 주지훈은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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