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바다는 어떤 노을빛으로 물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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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바다는 어떤 노을빛으로 물들일까?’
  • 최재길 시민기자
  • 승인 2023.01.11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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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야화(野生野話)] 방지리~선진리 바닷가
뜨는 해는 희망을 품게 하고, 지는 해는 삶을 관조하게 한다. 선진리 바닷가에서 바라본 일몰의 모습.
뜨는 해는 희망을 품게 하고, 지는 해는 삶을 관조하게 한다. 선진리 바닷가에서 바라본 일몰의 모습.

[뉴스사천=최재길 시민기자] 고향 앞바다 방지에서 선진까지 바닷가를 걸으면서 물새들을 자주 관찰한다. 주로 오후에 나가다 보니 저녁노을은 덤으로 보게 된다. 사천만 넘어 올망졸망 손을 맞잡은 부드러운 능선에는 잔잔한 그리움이 흐른다. 그 너머로 떨어지는 낙조는 늘 새로운 느낌으로 말을 건넨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날마다 새롭되 조금 더 나은 내일. 나이 들수록 가슴에 새로운 꿈틀거림을 느껴볼 일이다.

뜨는 해는 희망을 품게 하지만 지는 해는 삶을 관조하게 한다지. 붉은 노을이 진다. 기다란 파장이 잔잔한 파도의 골을 메우니 바다도 물이 든다. 그 빛깔은 따뜻하면서도 황홀하다.

2022년 마지막 날을 이어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기부가, 교육사업가, 형평운동가 김장하 선생의 취재기이다. 선생은 한약방을 운영하면서 번 돈을 대부분 기부 형태로 사회에 돌려놓았다. 평생 흔들리지 않고 옳다고 믿는 일을 행동에 옮기며 살았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드러내기를 무척이나 꺼리셨다.

어찌하면 자신의 가치관을 평생 지키며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 내 마음의 바다에는 어떤 형상의 노을을 채울 것인가?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이다.

무리지어 사천만을 찾은 가마우지 떼.
무리지어 사천만을 찾은 가마우지 떼.

사천만을 찾아오는 물새들은 꽤 많은 것 같다. 사실 새를 잘 알지는 못한다. 그때그때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도감도 찾아보면서 알아간다. 그중에 가장 커다란 충격을 안겨준 새는 가마우지다.

선진리 저녁노을을 보려고 높은 언덕에 섰다. 갑자기 한 무리의 새들이 나타나 해수면을 따라 날아간다. 무서운 바람 소리가 따라온다. 선진리성 아래쪽에 모여 앉았는데 수백 마리는 되겠다. 잠시 뒤 슬금슬금 이쪽으로 이동해 온다. 무리가 수면을 빠르게 날면서 물고기를 낚아챈다. 물에 첨벙 뛰어들기도 하고 부드럽게 미끄러지기도 한다. 마치 기세등등한 침략군 같다.

가마우지 떼는 시야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몰려갔다가 몰려오기를 반복한다. 해는 떨어지고 마지막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는 동안에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무리는 강력한 힘을 지닌다. 강력한 힘은 무리하기도 쉬우니, 스스로 제어하기가 힘든 탓이겠지?

썰물에 드러난 모래언덕.
썰물에 드러난 모래언덕.

썰물에 드러나는 모래 언덕에는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다. 금방 나타났다 사라지는 삽시간의 변화이다. 시간에 따라 모래 언덕의 유려한 선들이 넓어졌다 가늘어지기를 반복한다. 물은 그 변화를 조율하는 마술사가 된다. 물이 나는 곳에는 물새들이 모여든다. 식사와 휴식의 공간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얕은 물가에서 물고기를 사냥하고 부드러운 모래 언덕에서 편히 쉬는 것이지.

해안가에는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홍머리오리, 혹부리오리들이 커다란 무리를 이루었다. 무리들 속에는 알락오리, 흰죽지, 물닭들도 섞여 있다. 사천만 깊숙한 해안으로 찾아온 겨울 철새들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홍머리오리
홍머리오리
혹부리오리
혹부리오리

해가 떨어지는 시간 한 무리 혹부리오리들이 날아와 앉았다. 저녁 햇살을 받은 하얀 깃털과 주황색 부리가 반짝이며 돋보인다. 혹부리라는 이름이 재미난데, 수컷은 번식기가 되면 부리 위쪽에 혹이 하나 생겨나 암컷을 유혹한다는구나. “왜 하필 혹일까?” 이건 그냥 관념에 빠진 나의 생각이겠지.

백로
백로

드러난 갯벌에는 백로 한 마리 긴 다리를 성큼성큼 옮겨 놓는다. 왜가리는 꼼짝하지 않고 서서 잔뜩 바라보다가 슬그머니 먹이를 낚아채기도 한다. 이 녀석들은 주로 혼자서 식사하고 오래도록 먼 곳을 응시한다. 멋과 여유를 아는 고고한 족속들이다.

창공에 부드러운 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물새 떼.
창공에 부드러운 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물새 떼.

물새 한 무리 창공에 부드러운 선을 그으며 날아간다.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 삼계(三界)를 드나드는 물새들! 올망졸망 손을 맞잡은 서산으로 해는 떨어지고 긴긴밤이 찾아온다. 내일은 또다시 내일의 해가 뜰 거야. 일신우일신!

식물 문화 연구가이자 산림 치유 지도사인 최재길 시민기자는 사남면 죽천 사람이다. 지리산 자락에서 오랫동안 머물다 최근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사천의 곳곳을 걸으며 만나는 풀과 나무, 숲 따위를 이곳 ‘야생야화(野生野話)’에서 소개한다. 때로는 그의 추억이나 재미난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야생야화(野生野話)’ 소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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