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코로나와 잠수복

『코로나와 잠수복』
오쿠다 히데오 저 / 김진아 역
/ 북로드 / 2022

[뉴스사천=사천도서관 마녀책력 독서회원] 이 책은 그리움과 애틋함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 치유와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게 아니었을까요. 얼마 전, 코로나 대유행의 종말이 목전에 있다는 WHO 사무총장의 발표가 있었어요. 저는 2년 반 동안 치열하게 버티며 남은 인류를 축하하고, 한편으로는 고통받았던 인류를 기억해야 한다는 거창한 목적으로 ‘코로나’ 글자가 붙은 책을 펼치고 같은 제목의 단편을 먼저 읽었습니다.

팬더믹 초기에 꽁꽁 싸매고 집에 앉아서 마스크가 부족해서 배급받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접촉했다고 격리당하고, 유증상인데 제주도 갔다고 지자체에 소송당한 사람, 다중시설 이용했다고 공개적으로 비난당한 사람, 공인으로서 해외 갔다고 욕먹은 사람 등등…. 지금 돌이켜보면 ‘그땐 그랬었지…’하며 끄덕이게 됩니다.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그냥 웃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아직 아픔으로 남아 있을,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소설은 축약하자면 주변에 있을 법한 소심하고, 세속적이고, 착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인생에서 배신, 질병, 실직, 은퇴 같은 있을 법한 사건들을 만났을 때 어떻게 극복(?) 적응(!)해 나가는지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합니다. 그중에 ‘판다를 타고서’와 ‘바닷가의 집’이 인상 깊었습니다. 모든 단편들이 아련하고 그리운 내음을 풍기고 있지만 마지막 ‘판다를 타고서’는 그 선명한 색깔과 잔향이 진하네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때 나보다 더한 슬픔과 실패를 겪는 인물들, 반대로 강함과 따뜻함을 지닌 인물들, 또는 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갖게 됩니다. 인생이란 이런 경험의 반복이지 싶습니다. 그러면서 단단해지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거겠죠. 세상은 그래서 탄탄해지나 봅니다.
덮고 나서야 표지가 보입니다. 우리는 모두 암울한 코로나 시대를 보냈지만, 방호복이 없어서 잠수복을 입은 아빠의 모습에 이제는 웃기도 합니다. 연한 분홍색 배경이네요. 저도 따뜻한 한 톨의 희망을 마음에 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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