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홍보물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불세출의 천재 마이클 조던이 하늘을 걸어 다니며 NBA를 씹어먹던 당시, 국내에도 농구 붐을 일으킨 몇몇 사건 같은 일이 벌어졌다. 농구대잔치 93~94시즌 당시 잘생긴 청춘들이 즐비한 연세대가 막강한 실업팀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제작된 MBC의 《마지막 승부》가 장동건, 심은하, 손지창 등 젊은 청춘스타들을 앞세워 농구 열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러나 농구가 이렇게 뜨겁고 감동적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만화 《슬램덩크》다.

농구라는 스포츠의 룰은 몰라도 《슬램덩크》는 모두가 안다. ‘북산’ ‘산왕’ ‘강백호’ ‘서태웅’ ‘파리채 블로킹’ 등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에 번역 출간되면서 한국식으로 현지화한 이름은 이제 고유명사를 넘어 보통명사가 되었다.

무려 1억2천만 부의 베스트셀러에 전 세계적으로 팬덤을 구축한 작품이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으니, 그야말로 시선 집중이다. 만화계에서 외계인이라고 불리는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추가 각본을 직접 쓰는 것으로도 모자라 감독까지 했다고 하는데, 너무나 큰 관심이 주는 부담은 잘해야 본전이 될 수밖에 없다. 어지간해서는 욕먹기 딱 좋은 포지션인데, 세상에!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그저 미칠 듯이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진정시키기 바쁘다.

원작을 몰라도 재미있다. 원작을 알면 더 재미있다. 전국대회 우승을 향해 달려가는 북산고의 분투를 강백호나 서태웅이 아니라 가드 송태섭을 중심으로 풀어냈다. 뜨거운 열정으로 가득하던 원작의 정서를 고스란히 반영하면서, 더불어 원작에 없던 송태섭의 숨겨진 서사를 추가해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실제 농구선수로 활약했던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보여주는 경기장의 속도감은 놀라울 정도다. 여기에 우리가 《슬램덩크》를 보면서 웃고 울었던 재미와 감동까지 재현하고 있다. 만화가 완간한 지도 무려 28년이나 지나버려 가물거렸던 내용이 어제 막 읽었던 것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는 불멸의 대사를 업어와 “추억은 거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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