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일반산단 조성 과정에 사라진 마을을 더듬다
주민 열정으로 만든 ‘사천 제민창 조동 향토문화사’
조동어·제민창 등 마을의 자긍심과 정체성 녹여 내

사남면 조동마을 주민들이 집단 이주 전의 옛 마을을 추억하며 펴낸 책 .
사남면 조동마을 주민들이 집단 이주 전의 옛 마을을 추억하며 펴낸 책 .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사천의 한 마을에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옛 마을의 흔적과 역사를 정리한 책을 펴내 눈길을 끈다. 책 발간을 위해 주민과 출향인들은 낡은 사진첩을 뒤적였고, 돈을 모았다.

2023년 시작과 함께 세상에 나온 이 책의 제목은 <조동지(槽洞誌)>이다. 별칭은 ‘사천 제민창 조동 향토문화사’이다. 조동지 편찬위원회에서 펴냈고, 글은 이 마을 출신의 조성현 씨가 썼다.

책 제목에서 짐작하듯이 이 책은 조동마을의 향토문화사를 다뤘다. 조동마을은 사천시 사남면 유천리에 있었으나, 1990년대에 사천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사남면 월성리로 옮겼다. 집단으로 이주한 셈이다.

이 마을의 주민들은 산업화 과정에 고향이 흔적 없이 사라진 것에서 나아가, 마을 구성원들마저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마을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책은 제1장 도록, 제2장 사천어격 조동어, 제3장 조동의 자연과 기상, 제4장 인구와 생물, 제5장 조동 취락 발전 과정, 제6장 농업과 수산업, 제7장 초등학교의 추억, 제8장 성씨 연원, 제9장 조동마을 문화, 제10장 교통 여건과 수단, 제11장 조동마을 인사 및 상훈, 제12장 조동 문학, 제13장 추록 등의 순서로 구성됐다. 전체 471쪽으로 내용이 방대한 편이다.

저자인 조성현 씨가 직접 그린 마을의 도록(圖錄)과 옛 사진을 책의 맨 앞에 배치해, 변화를 크게 겪은 조동마을의 정체성을 설명한다. 이 과정에 주민 이재연 씨가 90년대 초반에 찍어 뒀다는 다양한 마을 사진이 빛을 발했다. 조동마을 주민들이 쓰던 말을 ‘사천어격 조동어’라고 표현하면서 발음기호까지 나타낸 대목은 이 책의 특징이자 재미다. 조동마을과 그 근처 생활권의 지명을 200개 가까이 소개한 것도 눈에 띈다.

또, 이 책은 조동마을이 한때 제민창(濟民倉)을 품었던 곳임을 강조하거나 자랑스러워한다. 제민창은 조선 후기에 기근에 허덕이는 빈민을 구제하기 위해 설치했던 창고이다. 조동마을에 있던 제민창은 1763년에 설치돼 100여 년간 이어졌다. 담당 지역은 사천, 진주, 고성 등이었다.

김홍곤 조동지 편찬위원장은 발간사에서 “조동마을의 역사를 집대성하는 일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고, 강상래 조동마을 이장은 축간사로 “고향이 산업단지에 편입되어 흔적조차 없는 마을에서 조상들의 피땀 어린 고향사를 재구(再構)하는 의의는 그 어떤 것에도 비할 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성현 저자는 이 책이 창간호임을 밝히며 “조동인의 관심과 자료 제출로 지속적으로 증보되어야 할 것”이라고 바람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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