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유령

영화 '유령' 홍보물
영화 '유령'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전 세계에 전쟁을 겪지 않은 나라가 몇이나 되겠느냐만, 학창 시절 국사 시간에 배우기로 외세의 침략만 무려 1,000번을 받았으니 우리 선조들은 참 고달프게 살았다. 근현대만 따지더라도 일제의 강점기와 비극의 625까지 생생하니, 애통하고 비통한 역사적 사실은 뒤로 하고 영화적 소재만 고려한다면 정말 넘치고 또 넘친다. 다만 최고의 작품이라고 할 걸작을 아직 못 만났을 뿐. 이번에는 만날 수 있을까.

<유령>은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항일조직 ‘흑색단’이 펼치는 단 하루 동안의 신임 총독 암살 작전에 관한 영화다. 조직은 작전을 성공시키려 하고, 일제는 조선총독부 내의 스파이인 ‘유령’을 잡으려 덫을 친다.

단 하루라는 시간 동안 덫에 걸린 사람들의 의심과 경계를 다루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캐릭터, 밀실 스릴러, 스파이 액션, 역사가 주는 감동 코드 등의 영화적 재료들이 정말 좋다. 저절로 눈이 가는 소품들과 출중한 스타일로 완성한 음악과 미장셴은 매혹적이다. 그 와중에 여성 캐릭터들의 액션은 발군이다. 

이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니 잘만 엮으면 되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이 맛있는 재료들이 제각각 따로 논다. 곳곳에 장르 영화로서의 장점이 포진해 있는데 응집력이 부족해서 내내 겉돌다 말았다. 특히 과속방지턱이 너무 심하다. 이 과속방지턱은 어린이 안전을 위한 이면 도로에 설치돼 있는 게 아니라 힘차게 달려야 할 고속도로에 설치돼 있는 게 문제다.

밀실 스릴러에서 액션활극으로, 캐릭터 무비에서 여성 버디무비로 바뀔 때 등 부드럽게 전환되어야 할 장면에서 심하게 덜컥거린다. 시원하게 달려도 시원찮을 판국에 난데없이 돌부리가 나타나 분위기 깨는 느낌이다.

이처럼 이음새가 허술한 이유는 주객이 전도된 탓이다. 스타일에 집착하기보다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에 조금만 더 집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랬다면 이 예쁜 장면들이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조화롭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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