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바빌론

영화 '바빌론' 홍보물
영화 '바빌론'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유대인을 내쫓고 핍박하던 신바빌로니아 제국의 수도 바빌론, 때문에 성서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세계의 수도’라 불렸던 바빌론을 탐욕으로 가득 찬 악의 도시로 묘사하고 있다. 영화 <바빌론>은 바로 ‘영화’라는 ‘바빌론’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을 애정을 담아, 그러나 차갑게 응시하며 욕망과 광기의 절멸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2016년작 <라라랜드>에서 꿈과 사랑 인생을 색과 춤과 노래로 이야기했던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바빌론>에서 조금 더 심연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어쩌면 가장 잔인할 수 있는 순수한 열정과 희망은 비열한 욕망과 맞닿아 있을 수 있다. 그 깊은 곳을 서늘하게 응시한다.

영화와 사랑에 빠지는 이유와 과정을 따라가면서 영화 때문에 추락하는 절망의 순간을 찬란하게 포착하는 시선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바빌론>은 영화에 대한 헌사이며 영화에 대한 비탄이며 마침내 영화에 대한 영화 그 자체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의 시대로 넘어가던 1920년대. 영화라는 꿈을 찾아 할리우드로 왔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꿈은 쉽게 잡히지 않고 열정은 자본과 권력에 이용당한다. 하지만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서도 영화라는 꽃이 핀다. 그래서 할리우드는 꿈의 공장이며 ‘바빌론’이다.

황홀하면서도 위태로운 고대 도시 ‘바빌론’과 할리우드를 등치 비교한 것은 참 잘한 선택이다. 영화는 큰 변곡점이나 심장을 요동치게 하는 절정은 없지만 시종일관 뜨겁다. 아마도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묻어둔 열정 때문일 수도 있겠는데 형식적으로는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다. 

흥행이나 취향과는 별개로, 무슨 이야기를 하던지 연출자가 본인이 하려고 하는 이야기를 잘 알고 밀어붙일 때 영화의 완성도는 높아지는 법이다. 그래서 <바빌론>은 구심점이 강렬한 영화이며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분명한 영화다. 단 한 순간이라도 영화에 대한 열정을 품은 적이 있다면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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