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홍보물
영화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예전과 비슷한 방식과 기교로 현상 유지하려는 경향을 두고 매너리즘이라고 한다. 요즘 마블이 그렇다. 십여 년간 잘 써먹는 통에 모두가 익숙해진 공식 그대로 검증된 캐릭터를 앞세우고 판을 크게 키운 후 뉴페이스 캐릭터를 갖다 붙인다. 이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관객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리라. 이런 희망 회로를 사정없이 돌렸나 보다.

앤트맨만의 개성은 어디로 갔을까? 아니 어디에 숨겼을까? 영화는 전체적으로 뒤섞이고 혼란스럽고 무질서하다. 무한한 우주를 다스리는 정복자 ‘캉’이라는 존재에 힘을 주다 보니 히어로와 빌런마저 헷갈린다. 앤트맨 시리즈 특유와 쾌활함과 패밀리 무비의 측면에서 보자면 ‘앤트맨 패밀리’의 합은 좋은 편인데, 딱 그 지점에서 머문다. 새로운 시리즈의 가교역할을 하기에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5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기에도 부족하다.

2023년 첫 번째 마블 블록버스터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한마디로 정의하면 <스타워즈>부터 꾸준히 내려온 스페이스 오페라의 반복이다. 앤트맨만의 ‘작고 소중한’ 이야기는 실종되고 처음부터 끝까지 기시감으로 가득한 역할 강조만이 반복된다.

앤트맨이 주인공인 영화인데 주인공 자체가 부실하니 주객전도를 넘어 다음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마저 희미해진다. 빌런을 강조하든 다음 시리즈의 기대감을 높이든 재미만 있으면 사실 상업 영화로서의 소임을 반 이상은 했다고 하겠지만, 바로 이 점에서도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는 재미없고 아쉽기만 하다. 오히려 쿠키 2개에 진심이 실린다. 

양자 영역으로 가면서 앤트맨 시리즈 특유의 개성은 사라지고 평범한 SF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구에서 우주로 세계관을 확장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환영할 수도 있다), 본래의 개성을 잊는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 타노스를 잇는 무소불위의 독재자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타노스와 캉’이라는 외전을 만드는 게 차라리 더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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