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야화(野生野話)] 실안~대방진굴항

실안의 아름다운 경관, 대방진굴항의 멋스러운 선과 조형미는 잔잔하고 깊은 울림을 낳는다.
실안의 아름다운 경관, 대방진굴항의 멋스러운 선과 조형미는 잔잔하고 깊은 울림을 낳는다.

[뉴스사천=최재길 시민기자] 두 마리 용이 여의주를 물고 승천한 바다, 그 빛깔이 눈을 멀게 할 만큼 아름다운 실안(失眼)! 노을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표현이 극적이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실안 관광지에 나왔다. 주말이라 찾아온 사람들이 꽤 많다. 노을뿐 아니라 주변의 바다 풍경과 물새들, 휴양 놀이시설, 해안도로의 접근성이 한몫하는 곳이다.

왜가리
왜가리

웬일일까? 왜가리 한 마리 미동이 없다. 얕은 물가에 멀뚱히 서서 한곳을 응시한다. 내가 심리적 거리 안으로 다가섰는데도. 이 얼마나 기특하고 설레는 일이냐. 가까운 곳에 갈매기가 여러 마리 모여 있다. 꽥꽥 소리를 지르며 다투는가 싶더니 무리에서 떨어져 가까이 다가오는 녀석이 있다. 경계의 몸짓은 찾아볼 수 없다. 그동안 살펴보니 갈매기는 목소리가 거칠고 괴팍한 집안이다. 다른 새들을 대하는 행동도 사납다.

얼마 전에 흰뺨검둥오리가 잡은 물고기를 빼앗으려는 갈매기를 본 적이 있다. 놀라서 도망가니 뒤따라 쫓아간다. 야생에서 목구멍에 넘어가지 않은 것은 내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이런 모습이 없을까? 서로 다투며 놀던 갈매기 한 마리 날아오르니 저 멀리 금오산이 지긋이 내려다본다.

갈매기의 비상
갈매기의 비상
재갈매기
재갈매기

물새들이 친숙한 이유는 관광객의 환경에 익숙해진 탓일까? 서로의 순한 의도와 안전이 담보되면 야생의 눈빛도 달라진다. 그렇지만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지는 않을 테다. 그릇을 채우고 물이 넘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 왕자와 밀밭의 여우처럼!

저 멀리 바다 경관을 바라본다. 신도와 마도 사이에 ‘둥근섬’이라 부르는 아주 작은 섬 두응도가 눈길을 끈다. 뒤로는 남해 본섬이 실루엣처럼 펼쳐졌다. 올망졸망 늘어선 섬 풍경이 마음에 여유와 위안을 주는구나. 사이사이로 삼천포의 명물 죽방렴이 놓여있다. 죽방렴은 폭이 좁은 바다의 빠른 물살을 이용해 고기를 잡는 오래된 방식의 어구다. 여기서 건져 올린 죽방멸치는 재빠르고 신선하게 말려 상품 가치가 높다. 제철의 멸치쌈밥은 군침이 돈다. 여행에서 지역 특산 음식을 맛보는 재미는 빼놓을 수 없지!

실안 풍경
실안 풍경

가까운 대방에는 군영숲과 대방진굴항이 있다. 군영숲은 조선 수군의 훈련장이었다. 숲에는 커다란 모감주나무 한 그루가 있다. 꽤 오래전에 심었거나 씨가 바다를 건너왔거나. 꽃 필 때 귀한 인사를 나누러 와야지. 숲에는 말채나무가 제일 많다. 군영에서 말을 조련할 때 채찍이 많이 필요했겠지? 코앞의 섬 초양도에서는 말을 먹일 풀을 길렀다고 하는구나. 마도에서는 말을 키웠을 테고. 말은 전쟁터에서 기병과 한 몸이었고, 후방에서는 통신병과 발 빠른 한 몸이었다. 그러니 그 시절 말채나무는 꼭 필요한 군수물자였던 셈이지.

대방진굴항의 돌계단
대방진굴항의 돌계단

대방진굴항은 고려말 잦은 왜구의 침입에 대비한 진영이 있던 중요한 군사시설이다. 조선 중기에는 이순신 장군이 수군 기지로 이용했단다. 지금 보는 굴항의 돌담은 19세기 초에 만들었다고 한다. 아랫단은 정갈하게 틈을 맞추어 쌓았지만, 위쪽 비탈에는 비슷한 돌을 대충대충 던져놓았다. 비탈면을 처리하는 기법이 능청스럽다. 아래 위층 사이로 난 돌계단 역시 위상차를 준 던져놓기다. 자연 닮은 안목이 높았던 우리 조상님들! 굴항의 돌담은 부드러운 선과 공간의 조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된다.

대방진굴항의 팽나무
대방진굴항의 팽나무

굴항에는 오래된 팽나무가 많다. 남해안 사적지의 연륜을 말해주는 거지. 팽나무의 자태도 곱다. 아래쪽 길가 작은 팽나무의 아담한 자태는 지극히 여성스러운 아름다움이 있다. 구불거리는 중간 가지와 촘촘한 가지가 조화를 이루어 한 무리 피어나는 구름 같다. 실안의 아름다운 자연경관, 우리네 사적의 멋스러운 선과 조형미는 잔잔하고 깊은 울림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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