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인생

『인생』위화 저 / 푸른숲 / 2007
『인생』위화 저 / 푸른숲 / 2007

[뉴스사천=김선영 사천도서관 마녀책력 독서회원] 독서 모임의 도서로 강제로 읽게 된 책이지만 책을 자의적으로 읽기 어려운 독서 초보자까지도 추천하고 싶다. 빨간색 표지와 예스러운 폰트의 제목 때문인지 선뜻 손이 가지 않아 독서 모임 전날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첫 페이지를 펴서 읽었다. 책을 오랜만에 읽으려니 괜히 짜증이 나서 가족에게 괜한 트집을 잡고 신경질을 부렸다. 하지만 30페이지가 넘어가자 술술 읽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작 읽을걸….”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가독성이 좋고 머리에서 장면이 그려지는 책이다.

책은 중국의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데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 시절도 이러지 않았을까 유추해본다. 금수저로 태어나 망나니 같은 삶을 사는 주인공, 푸구이를 묘사한 부분은 도박과 여자에 빠진 남자들의 자주 등장하는 소설이나 드라마 소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남편을 기다려주는 여자, 자전은 (요즘 찾기 어렵기도 하고 굳이 그런 남편을 참고 살 필요가 없는 세상이지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게 흥청망청 쓰며 도박을 일삼던 주인공은 집안에서 내려오던 전 재산을 잃고 그로 인해 진짜 삶이 시작된다. 여기서부터는 당황스러우면서 너무 슬픈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역경을 이겨내는 가족들의 훈훈한 사랑, 참혹한 전쟁, 그리고 이념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중국의 역사도 작게나마 엿볼 수 있으며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는 우리네 인생과 닮아있다.

나에게 가장 클라이맥스로 다가온 부분은 구루병에 걸린 자전이 남편 푸구이에게 “푸구이 나 죽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랑 애들 얼굴 매일 보고 싶어요.”라고 한 부분이었다. 일상의 당연한 부분이지만 어쩌면 매일 눈을 뜨고 당신과 애들의 얼굴은 보는 건 기적이구나 싶었다. 나의 삶의 이런 찰나 또한 너무 소중해지는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니 인생은 정말 노인의 말처럼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릴 것만 같다. 이 말은 어른들에게도 흔히 들었던 이야기지만 한 사람의 인생의 역사를 지켜보니 고개가 끄떡여진다. 만약 인생이 힘들다면 이 책을 집어 들기를 권한다. 이 한 권의 책 속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한 노인의 인생을 보면 나의 인생도 잠시 돌아볼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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