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오토라는 남자

영화 '오토라는 남자' 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극도로 까칠한 남자와 유달리 명랑 쾌활한 가족이 이웃으로 만났다. 규칙을 지키지 않으면 불안한 남자, 원칙을 무시하면 화나는 남자 오토의 소원은 세상을 떠난 아내의 뒤를 따르는 것이다.

죽기 위한 도구도 갖췄고 방법도 계획해두었으니 시도만 하면 된다. 그러나 불청객 같은 이웃은 그때마다 갖가지 사건 사고로 그의 ‘죽음’을 방해한다. 조용히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하게 놔두질 않는 이웃 가족을 향한 분노는 제대로 차오른다. 

어디서 많이 본 내용이다 싶었더니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할리우드에서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가 <오토라는 남자>다. 스웨덴이 배경이었던 원작에서 친구와 절교의 이유가 샤브와 볼보라는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견해 차이였던 것이 미국으로 옮겨와서는 포드와 쉐보레로 바뀐 정도일 뿐 원작의 틀은 충실하게 유지하고 있다. 안전망을 갖췄다는 뜻이다.

탄탄한 서사에 웃음과 눈물이라는 영화적 재미를 더해서 전반적으로 온기가 넘친다. 톰 행크스라는 명배우가 나오는 것 치고는 살짝 아쉽기는 하나, 좋은 원작을 쓸데없이 개작해서 망치는 할리우드 주특기를 발휘하는 것보다는 낫다. 

인생은 뜻한 대로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토라는 남자>는 혼자임을 존중하되 혼자인 이웃을 지나치지 않는, 함께 사는 삶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예상과는 다른 삶의 기로에서 배려하고 위로하라고 상생의 메시지를 건넨다.

어찌 보면 빤한 스토리와 빤한 감동과 빤한 메시지일 수 있지만 그게 인생이라고 영화는 이야기한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한없이 따뜻하고 뭉클하다. 울다가 웃다가 극장을 나서면 하늘 한 번 올려다보면서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거리마다 가득 벚꽃이 피었고, 펜데믹 이후 그늘졌던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좋은 계절에 좋은 원작을 옮긴 좋은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멋진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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