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연구 있었는데?…주제 ‘선택과 집중’에 아쉬움
‘안전’ 달린 방류량별 침수 실험은 ‘수치모형’에 그쳐
‘남강댐 상류에 폭우 내리면 사천에도 폭우 내린다!’
바다 인공 방류는 사천만이 유일…특별한 시선 필요

하병주 발행인.
하병주 발행인.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남강댐 사천만 인공 방류에 따른 하류 지역의 피해와 그 대책을 찾는 연구 용역이 시작됐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지난 2월에 ‘남강댐 가화천 하류 종합대책 수립 연구 용역’을 영남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맡기면서다.

3월 29일에 있었던 연구 용역의 착수보고회 자리에는 사천시 관계자와 ‘남강댐 상생협력 민관협의체’의 민간위원들도 참석해 의견을 내었다니, 큰 틀에서는 반갑고 다행스럽다. 50년 넘게 이어져 온 남강댐과 사천의 악연이 조금이나마 풀릴까 하는 기대에서다.

그러나 한편으론 아쉽고 걱정스럽다. 연구 진행 과정이 너무 더딘데다 연구 수행 범위와 목표도 너무 넓고 모호한 느낌이다. 시작부터 초를 치고 싶진 않지만, 의미 있는 연구 결과와 대책 마련을 위해서 몇 가지 짚으려 한다.

영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연구 착수보고회 자리에서 밝힌 첫 번째 과업의 주제는 ‘사천만·강진만 어업 영향 검토 및 개선 방향’이다. 이를 위해 남강댐 방류에 따른 어업 영향을 조사하고, 관련 대책을 찾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 해수 유동과 담수 확산 등 다양한 실험도 진행한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이루어진 바 있다. 경남도가 올해 초에 끝낸 ‘남강댐 방류에 따른 어업피해 영향 조사’와, 한국수자원공사가 2008년에 진행한 ‘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해양환경 영향과 어장의 경제성 평가’라는 연구 용역이 대표적이다. 이들 연구 용역은 하나 같이 ‘남강댐 방류로 사천만 바다가 치명타를 입음’을 말하고 있다.

따라서 비슷한 실험을 되풀이하기보다는 방류에 따른 어업 피해를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줄 것인가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댐 건설 시에 밝힌 계획방류량보다 더 많은 물을 방류했을 때 어떤 어업 피해 보상이 가능한지, 나아가 일부 어민들이 주장하는 과거 어업 피해 보상 요구에 관해서도 그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이번 과업의 두 번째 주제인 ‘사천만·강진만 부유·침적 쓰레기 현황 조사 및 저감 대책’은 첫 번째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므로 ‘굳이 따로 나눌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사천시와 지역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주는 과업은 세 번째인 ‘댐 하류 하천 영향 검토 및 대책’이다. 남강댐 방류로 바다와 하천의 수위가 얼마나 상승하는지를 짚는 주제다. 쉽게 말하자면 남강댐 방류량에 따라 어디서 어디까지 침수 피해가 생기는지 예측하고 그 대책을 찾는 주제다.

홍수에 따른 침수는 삶의 터전을 망치고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트린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일이다. 이렇게 중요한 주제가 수리모형(실제 지형을 축소해 놓고 물의 흐름을 관찰·측정하는 방식)이 아닌 수치모형(일련의 수치를 조건으로 넣어 컴퓨터를 이용해 물의 흐름을 예측하는 방식)으로만 진행된다는 점이 아쉽다. 사업비가 10억 원으로 적지 않지만, 과업의 주제와 범위가 너무 폭넓어서 생긴 문제라니, 역시나 연구 주제 설정에 아쉬움이 남는다.

수치모형 실험만 한다고 해도 양보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바로 실험 조건이다. 남강댐에서 계획방류량보다 훨씬 많은 물을 내려보낼 땐 그만한 상황이 발생했음을 의미한다. 즉, 폭우가 오더라도 역대급, 태풍이 오더라도 역대급 상황이란 얘기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주변 상황을 조건으로 넣어 실험해야 함이 마땅하다.

태풍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이 발생하면 바닷물이 평소보다 훨씬 상승한다. 폭우가 내려도 남강댐 상류나 하류나 비슷한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수자원공사가 2009년에 진행한 ‘남강댐 방류량 변화에 따른 하류 지역의 수리 안정성 분석 연구’에서는 이런 조건의 변화를 적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강댐 상류에 1000년에 한 번 올까 하는 폭우가 내리는데, 사천에는 100년에 한 번 올까 하는 비가 내린다고 설정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태풍이 찾아온다고 해도 평소보다 훨씬 세고 클 것임은 너무도 빤한 이치다.

말이 나온 김에 이번 연구를 계기로 하천 정비 계획도 손봐야 한다. 홍수 시 남강댐에서 사천만으로 방류하는 것은 변수가 아닌 상수다. 그렇다면 그에 맞는 하천 정비 계획이 필요하다. 참고로 200년 빈도의 기본 강수량과 그 이상의 비상 강수량을 전제로 남강댐을 관리하고 있으면서도, 사천시 관내 하천은 50~100년 빈도의 강수량에 대비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남강댐 방류로 사천만의 바닷물 수위가 높아지면, 사천만으로 흘러드는 모든 하천의 물 빠짐이 더 나빠질 것임은 틀림없는데도 말이다.

이번 연구 과업의 마지막 주제는 ‘지역 지원 방안 등 상생협력 방안 마련’이다. 앞선 연구 주제에서 확인한 문제점과 마련한 대책이 있다면, 이를 현실화하는 방안을 찾는 주제다. 바꿔 말하면 ‘어떻게 사업비를 마련하는가’이다.

이를 위해 댐건설관리법과 낙동강수계법 등 법과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찾겠다니 반길 일이다. 피해 보상과 지역 주민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검토도 지역사회가 요구했던 바이다. 어쩌면 첫 번째 주제인 ‘어업 피해’에 관한 대책도 기대할 수 있겠다. 그러나 과거의 경험에서 그 길이 쉽지 않을 것임도 지역사회는 잘 안다.

여기서 꼭 염두에 둬야 할 것은 홍수 저감을 위해 댐에서 바다로 인공 방류 하기는 남강댐과 사천의 사례가 유일하다는 점이다. 남강과 낙동강 하류 홍수 예방이라는 공익을 위해 국가의 정책으로 이뤄지는 남강댐 인공 방류다. 따라서 피해 지역인 사천과 그 아래 주민을 위해 국가가 특별한 시각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번 연구를 맡긴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연구를 맡은 영남대 산학협력단뿐 아니라 피해를 호소하는 사천시와 사천시민도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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