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야화(野生野話)] 선진리성 벚꽃

선진리성 안쪽 벚나무 아래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상춘을 즐기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사진을 찍어 주기 바쁘다.
선진리성 안쪽 벚나무 아래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상춘을 즐기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사진을 찍어 주기 바쁘다.

[뉴스사천=최재길 시민기자] 선진리성에 벚꽃을 보러 나갔다. 축제에 맞춰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왔구나! 벚꽃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에도 웃음꽃이 핀다. 성(城) 안쪽 벚나무 아래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 상춘을 즐기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사진을 찍어 주기 바쁘다.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울려 퍼질 이 거리를~” 말 그대로 벚꽃엔딩이다. 봄꽃 중에 벚꽃만큼 마음을 부풀게 하는 꽃이 또 있을까?

직박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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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벚나무 그루터기와 새싹
죽은 벚나무 그루터기와 새싹

2023년 3월 27일 한국일보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진해 군항제 벚나무 96%가 소메이요시노라는 일본산 왕벚나무란다. 일본인들이 사랑하는 나라꽃이다. 짧고 굵게! 가슴 부풀도록 피었다가 한순간 내려앉는 사무라이 기질을 닮은 꽃.

일제강점기 우리 강산에 심어진 소메이요시노 왕벚나무는 해방 이후 베내었다고 한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서 다시 전국적으로 심었다 하니. 꽃놀이용으로 좋기도 하고, 그때는 우리가 식물에 큰 관심을 두지 못할 때라 그런가 보다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왕벚나무는 수명이 60~80년이라 이제 교체 시기가 되었단다. 마침 우리 땅에도 이 왕벚나무 못지않은 아름다운 왕벚나무가 있으니, 우리 특산 제주벚나무라 한다.

1962년 4월 제주도 봉개동 등에서 자생지가 발견되었다. 한라산 해발 500~900m에 주로 자란다. 같은 듯 다른 나무! 일본 왕벚나무와 우리 왕벚나무는 둘 다 자연 교잡종이지만, 서로 다른 종으로 그 배경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 왕벚나무는 자생지가 밝혀졌지만, 일본 왕벚나무는 아직도 자생지를 알지 못한다. 제주벚나무는 오래도록 자생해 왔기에 유전적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재배종으로 남은 일본 왕벚나무보다 더 오래 살고 병충해에도 강하다고 한다. 이런 점이 일본 왕벚나무와 결정적 차이점이다. 그러니 군항제 벚나무를 제주벚나무로 교체하자는 주장이 있는 것이지. 더 뛰어난 우리 꽃이 있는데 굳이 남의 나라 국화를 즐길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선진리성 표지석
선진리성 표지석

이참에 우리의 사적이나 유적지가 공원화된 배경도 한번 알아보면 좋겠다. 서양의 공원은 신전이나 왕가의 수렵원(Hunting Park)에서 비롯되었다. 서양에서는 신앙적 공간과 생활공간을 철저하게 분리했다. 그래서 자연은 편의와 이용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러한 철학적 바탕에서 만들어진 공원은 도시민의 휴식과 건강을 위한 생활공간이다. 서양의 사상적 배경에서 시작된 우리나라 공원의 역사를 『모던걸 모던보이의 근대공원 산책』이라는 책에서 찾아보았다. 우리나라의 첫 공원은 인천의 개항(1883년)과 함께 세워진 각국공원(현 인천자유공원)이라 한다. 그 뒤로 독립공원, 파고다공원(현 탑골공원)이 계속해서 들어섰다. 서구 문화의 유입에 따른 영향이었다.

20세기 들어 우리의 공원은 서구열강이 주도하는 국제정세와 관련이 있다. 서구 문명을 받아들여 개화한 일제는 우리 역사문화의 얼이 살아있는 곳에다 공원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선 수도의 동쪽 궁궐, 창경궁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2년 4월 9일 한국일보 뉴스에 창경궁 벚꽃놀이에 관한 기사가 실렸다. 1907년 이후 일제는 창경궁에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고 창경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공원으로 바뀐 창경원에서는 벚꽃놀이 축제가 열렸다. 1980년대 들어 창경궁 복원을 하면서 이 축제는 사라졌다.

개항기 서구 문화의 유입과 일제강점기 문화정책을 거치면서 우리는 왜곡된 공원 문화유산을 떠안게 되었다. 우리나라 전역에 수많은 사적지, 마을숲 등이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처음 띄워 승전한 사천전투! 그 얼이 서린 선진리성에 벚꽃을 심어 ‘선진공원’이 된 것도 모두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사천읍성이 산성공원이 되었다가 수양공원으로 이름을 바꾼 것도 마찬가지다. 같은 벚꽃이라도 그 의미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으니!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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