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야화(野生野話)] 모충공원

모충공원 아래 바닷가에서 바라본 사천대교
모충공원 아래 바닷가에서 바라본 사천대교

[뉴스사천=최재길 시민기자] 북으로 지세를 뻗어 바다로 들어가는 낮은 언덕 거북등. 모자랑개 앞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초소가 있었다. 여기(송포동 1144-1)에 모충공원이 들어섰으니!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고 발자취를 기리는 사적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거북등 중심에 올랐다. 동상으로 선 이순신 장군이 반겨 준다. 띄엄띄엄 서 있는 소나무 사이로 저 멀리 남해대교의 현수교 기둥이 보인다.

남해대교
남해대교

거북등 아래 해안에서는 사천만 용현과 서포를 잇는 사천대교가 보인다. 이곳은 모음 ‘ㅏ’자로, 삼천포 해안·남해 노량으로 나가고 사천만 선진리성으로는 들어가는 길목이다. 그러니 길목을 지키는 해군 초소로 얼마나 중요했을까? 당연히 임진왜란 당시 사천해전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실제 거북등 앞바다에서 거북선을 앞세운 전투가 있었다고 한다.

사천해전은 이순신 장군이 최초로 거북선을 띄워 승리한 전투다. 이 전투에서 장군이 어깨에 조총을 맞고 모자랑개 해안에 들어 치료한 사실도 전하고 있다. 두 눈 부릅뜨고 단단한 갑옷 입은 거북등은 기억하리니, 거북선의 용맹함을! 이순신 장군의 탁월한 지략을! 

이순신 장군 공덕 기념비
이순신 장군 공덕 기념비

이곳 거북등에 1952년 이순신 장군의 전공을 기리기 위해 공덕 기념비를 세웠다. 거대한 냉전에 휘말린 민족상잔의 전쟁통이었다. 이순신 장군은 지금도 거북등 앞바다를 훤히 내려다보고 계신다.

장군의 공덕비 앞에 섰다. 낯선 한 문장이 망막을 흔든다. ‘신순이 웅성’ 1952년 그 당시에는 한글을 오른쪽에서 써나갔다. 한자 문화의 영향이 남아있었던 게지. 처음에 읽어보고 무슨 말인가 했다. 순간 엉뚱한 생각이 떠오른다. 웅성웅성~ 시장의 풍경, 성웅도 시장바닥으로 내려와 함께 세상을 바라보나니! 백성 속에서 길을 열고 세상에 희망을 비추니! 그가 진정한 성웅이 아니겠는가? 이 세상은 점점 하 수상하구나. 

애기나리
애기나리

잘 다듬어진 산책길 가장자리에 애기나리가 송골송골 모여서 뽀얀 꽃송이를 드러내고 있다. 가냘프게 고개 숙인 작고 귀여운 우윳빛 꽃잎. 바라보니 애기나리라는 이름의 이유를 알겠다.

골무꽃
골무꽃

남쪽 언저리 곳곳에는 산골무꽃이 보인다. 골무를 닮았다는 꽃, 아직 꽃망울이 펼쳐지지 않아 뾰로통한 입술을 꾹꾹 다물고 있다. 조경용으로 심은 꽃나무는 눈길이 띄는 곳에 주목받으면서 피어나지만, 이 야생의 꽃들은 저 살던 모습 그대로 피어난다. 이곳이 공원이기 전에 야산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 옛날 거북등의 수많은 사연을 상기하듯이. 

모충공원
모충공원

북으로 숲길을 따라 해안가로 내려선다. 산자락에는 기린초 새싹이 빵긋빵긋 돋아나 있다. 멀뚱한 키로 함박웃음 지었을 참나리의 마른 씨방도 보인다. 해안가엔 조개껍데기가 소복소복 밀려왔다. 이 속에는 많은 종류의 조개들이 뒤섞여 있다. 파도가 쉴 새 없이 밀어붙인 해안 풍경이다. 이 자연패총을 들여다보다가 든 생각, “원시 인류로부터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많은 조개를 먹으며 살아왔을까?”

자연 패총
자연 패총

얼마 전에 읽었던 「생물과 무생물 사이」라는 책의 내용이 떠오른다. 생명을 잃었지만 사라지지 않는 위대한 흔적! 생명이란 대사하고 자신을 복제하며 증식한다지. 자기 닮은 것을 자꾸만 만들면서 변화하는 생명 창조의 과정! 조개껍데기가 자갈과 다른 것은 ‘동적인 질서가 창조하는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란다. 조개껍데기의 빛깔과 무늬와 형태는 자갈에는 존재하지 않는 미의 형식을 갖고 있다는 거지. 무심코 바라보는 생명의 흔적이 위대하고도 놀랍구나!

무위자연의 생명에는 태고의 아름다움이 있으니. 같은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지만 변화해 가는 그 무엇. 그것이 바로 우주 만물을 생성하는 프랙털의 속성이다. 관념에 물들지 않고 습관의 노예가 되지 않는 그 무엇. 그것은 바로 우리 영혼이 깨어있음이다. 성웅 이순신!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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