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훌훌

『훌훌』 문경민 저 / 문학동네 / 2022
『훌훌』 문경민 저 / 문학동네 / 2022

[뉴스사천=고세은 삼천포도서관 사서]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우리는 어디서 힘을 얻는가? 가족과 친구들이거나, 혹여 타인에게 힘을 얻지 못하면 혼자만의 방법으로 극복의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을 것이다.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마음들이 있다. 나누지 않는다면 타인의 고통은 헤아릴 수조차 없을 것이다. 고통을 위로와 공감의 힘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건네고자 한다.

책의 주인공인 유리는 입양아다. 하지만 입양해준 엄마는 떠나버리고, 엄마의 아빠인 할아버지와 살고 있지만 데면데면한 사이다. 유리는 대학만 합격하면 이곳을 훌훌 떠날 계획이었다. 그런 유리의 계획은 갑자기 엄마가 죽고 엄마의 아들인 연우가 집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한순간 물거품이 되었다. 

엄마의 죽음이 연우와 관련이 되면서, 유리는 연우가 엄마에게 학대받았음을 알게 되었다. 첩첩산중으로 할아버지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혼자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더하여 자신의 입양에 대한 진실도 알게 되며 유리는 더더욱 혼란에 빠지게 된다.

혼자 모든 걸 견뎌내야 할 것 같은 유리에게도 기댈 나무들이 있었다. 같은 입양아였던 세윤을 비롯해 의지가 되는 친구들이 있었고, 도움을 주는 선생님이 계셨다. 가족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 할아버지와 연우에게서는 어느새 가족애를 느끼고 있었다. 마냥 해맑기만 해도 될 나이인 유리에게 이 상황들이 너무 큰 짐들이었지만, 유리는 피하지 않고, 지지와 연대의 힘을 받아 훌훌 짐을 내던지고 훨훨 날 힘을 갖게 되었다. 

타인의 고통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비교할 수 있는 고통이란 것 또한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준다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한 구석에 자리 잡는다. 지지와 따뜻한 시선으로 이겨내는 유리를 보며 다짐한다.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고통을 받아들이고 훌훌 털어버리는 용기를 갖기를, 더불어 지금도 어디선가 힘들어하고 있을 누군가를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