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영조 시민기자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저고리는 한복 윗옷의 하나임을 누구나 압니다. 그런데 한복 윗옷으로 저고리와 같지만 고름이 없고, 단추를 달아 여미도록 한 적삼도 있습니다. 적삼은 여름용 적삼과 속적삼이 있지요. 조선시대 여성들은 아무리 무더운 여름철이라도 반드시 속적삼을 입었습니다. 특히 친정어머니는 딸이 혼인하면 동지섣달 추운 때에도 모시로 만든 속적삼을 받쳐 입게 해 시집살이를 시원스럽게 하라고 비손했지요. 중국 당나라 남명천선사(南明泉禪師) 가 지은 <증도가(證道歌)>를 성종 13년(1482) 한글로 풀이한 책인 ≪남명집언해≫에는 <적삼(赤衫)>이라는 한자가 쓰이고 있는데 이는 빨간 옷을 뜻하는 게 아니라 한자를 빌려 우리말을 표기한 것입니다.

이 “적삼”이란 말이 들어 있는 낱말을 보면 여름철에 입는 홑옷인 “깨끼적삼”, 잠잘 때 입는 “자릿적삼”, 돌날 입는 아기옷으로 아기 허리에 한 번 감아서 매는 돌띠를 두른 저고리인 “돌띠적삼”이 있으며, 또 여자가 겉에 입는 셔츠 모양 웃옷 블라우스의 북한 문화어 “양복적삼”도 있습니다. 남자들이 여름에 입는 홑바지와 저고리인 “고의적삼”과 “중의적삼”에도 “적삼”이란 말이 같이 쓰입니다.

속담에 “적삼 벗고 은가락지 낀다.”란 말이 있지요. 이는 격에 맞지 않는 겉치레를 하여 도리어 보기 흉하다는 뜻입니다. 이와 같이 한국의 옷 "적삼"에는 시집살이를 시원스레 하라는 뜻도 있지만, 격에 맞지 않음을 빗대는 속담도 생겨나듯이 적삼은 단순한 옷으로만 입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스웨터나 와이셔츠 같은 서양옷에서는 흉내낼 수 없는 우리 옷만이 지닌 특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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