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김재원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뉴스사천=김재원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사천은 진주와 가까워 여러 가지로 긴밀한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천보다는 진주에 인구가 더 많지만, 사천의 자연환경이나 정주 여건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니 진주에 거주하면서 사천시 소재의 직장을 다니거나 반대로 사천에 거주하면서 진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이나 학생들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자기 차량 소유자를 제외하면 두 도시를 가깝게 연결하고 있는 중요한 대중 교통수단은 바로 시외버스이다.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사람 중에는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도 꽤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가 들어 여기저기 몸이 불편하니 병원 갈 일이 많이 생기기 때문일 터인데, 진주의 종합병원에 가기 위해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어르신들로 이른 아침 시간부터 버스는 붐비는 편이다. 진주와 사천을 오가는 버스에 어느 날부터인지 ‘○○ 병원 앞에는 정차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어르신들이 거동하기가 어려우니 병원 가까운 데에 버스를 세워 달라고 부탁을 하는 모양이다. 버스 기사들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척 봐도 걸음걸이가 시원치 않은 어르신이 ‘잠깐 세워 달라’고 부탁을 하는데, 들어주자니 교통위반이고 거절하자니 그 마음이 편할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아예 세워 주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은 것이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안내문이 추가되었다. 그 내용은 “버스가 운행 중에는 위험하니 일어나지 마시라”는 것이다. 버스가 운행하다 보면 급정거할 일도 생기기 마련인데, 이때 어르신들이 버스에 서 있다가 넘어지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제발 앉으라”라고 기사들이 애원을 해도 꿋꿋이 서 계신 분들이 적지 않으니, 이런 안내문을 붙였을 테다.

이 안내문이 붙어 있어도 몸에 밴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오랫동안 그래왔으니 내려야 할 정류장이 가까워져 오면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나가게 된다. 미리 나오지 않는다고 기사한테 면박을 받은 기억이 있는 사람은 서둘러 준비하려는 것인데, 거울로 어르신들이 일어나 출입문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본 기사는 “자리에 앉았다가 버스가 서면 나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어르신들에겐 어쩐지 이런 상황이 익숙지 않다. 정류장마다 세워 줄 줄 알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정류장을 지나치게 되면, 왜 미리 말을 안 했냐고 또 면박을 받아야 할 판이니, 어르신들은 이래저래 억울하기만 하다. 해결 방법은 내리려는 정류장 전에 내린다고 말을 하면 되는데, 버스 안에서 느닷없이 큰 소리로 “내려요”를 외치는 일은 해 보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쑥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행여 뒤편 좌석에 앉아 있을 때는 더 큰소리로 외쳐야 하는데, 참으로 민망한 일이다. 그러니 내릴 때가 되면 저도 모르게 긴장하거나 눈치를 보는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왜 시내버스와 달리 시외버스에는 벨을 달지 않을까? 내리고 싶은 정류장이 다가오면 벨만 누르면 이러저러한 승강이도 피할 수 있고 불안에도 떨지 않을 수 있다.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어르신들이 위험하게 미리 일어서지 않아도 되고, 버스 기사들도 소리 지르지 않아도 될 터인데 말이다. 어디 어르신들뿐이랴. 진주 사천을 오가는 시민들 모두가 편리할 일 아닌가.

지난주에 어버이날을 보냈다. 사정이 다르겠으나, 밖에서 식사도 하고 용돈도 받고 좋은 시간을 보냈을 어르신들이 많을 테다. 하지만 시외버스에 벨을 설치하는 일이 이들에게 더 중요할지 모른다. 어르신 공경을 실천하는 일이기도 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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