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웠던 시기 딛고 꿀맛 같은 첫 승에 ‘의욕 활활’
탁일주 교장에 감독·코치·선수들까지 똘똘 뭉쳤다
학생들 “농구가 좋아요”…교사들 “더 좋은 결과 낼 것”
삼천포초 “재원 마련 등 과제 여전…관심 가져 주길”

올해 재창단을 선언한 삼천포초등학교 여자 농구부. 이들은 최근 열린 2023년 전국유소년 하모니 농구 리그 1차 대회에서 첫 승을 하며 새 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사진 왼쪽부터 최아름, 정라금(뒤), 황시정, 김예영(뒤), 김가영, 송화정(뒤), 서지인 선수.
올해 재창단을 선언한 삼천포초등학교 여자 농구부. 이들은 최근 열린 2023년 전국유소년 하모니 농구 리그 1차 대회에서 첫 승을 하며 새 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사진 왼쪽부터 최아름, 정라금(뒤), 황시정, 김예영(뒤), 김가영, 송화정(뒤), 서지인 선수.

[뉴스사천=정인순 기자] 평일 오후 학생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삼천포초등학교 체육관의 불이 켜지고 하나둘 학생들이 모여든다. 운동화를 갈아신고 익숙한 듯 러닝을 시작한다.

체육관을 크게 30바퀴 정도 돌면 머리칼은 땀으로 이미 흥건하다. 러닝으로 몸을 풀고 나면 본격적인 훈련이다. 드리블에 이은 레이업 슛을 시작으로 패스, 리바운드 등 기본기와 실전 연습이 쉴새 없이 이어진다.

이들은 올해 재창단을 선언한 삼천포초등학교(이하 삼천포초) 여자농구부 학생들이다. 최근 열린 2023년 전국유소년 하모니 농구 리그 1차 대회에서 첫 승을 하며 새 출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삼천포초 농구부 선수들이 수업이 끝난 후 농구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삼천포초 농구부 선수들이 수업이 끝난 후 농구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농구로 유명한 삼천포초 농구부가 다시 창단했다는 말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겠다. 삼천포초등학교 여자농구부는 1974년에 창단해 수많은 전국대회 우승을 일궈내며 2018년까지는 농구 명문으로 이름을 떨쳤다.

삼천포초에서 삼천포여중·고를 거쳐 국가대표나 프로농구선수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 여자농구의 산실로도 불렸다. 하지만 농구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이 점점 줄어들고, 이 과정에 무리한 선수 영입 문제 등이 어우러지면서 삼천포초등학교 농구부도 위기를 맞았다. 이때가 2019년 무렵이다. 이후 코로나 상황까지 겹치며 농구부는 사실상 해체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삼천포초의 농구부를 되살린 이가 탁일주 교장이다. 학교의 자랑이자 농구 도시 사천의 근간으로 자리매김하던 농구부가 없어진 것을 안타까워하던 그는 2022년 남·여 각 6명의 학생으로 스포츠클럽 농구부를 꾸렸다. 이어 올 초 7명의 선수를 대한농구협회에 정식으로 등록하고 전국대회에 내보내며 삼천포초 농구부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정라금 선수
정라금 선수
김예영 선수
김예영 선수
김가영 선수
김가영 선수

삼천포초 농구부는 6학년 담임인 신민규 선생님이 감독, 20년 가까이 농구부에 헌신해온 정일화 씨가 코치를 맡고 있다. 여기에 6학년 서지인, 김가영, 송화정, 황시정, 정라금, 5학년 최아름, 김예영 학생이 선수로 뛰고 있다. 김예영, 정라금 선수는 농구가 하고 싶어 강원도와 창원에서 전학까지 온 친구들이다.

이들은 아침 7시 30분~8시 40분, 2~3교시 사이 쉬는 시간, 방과 후로 나눠 하루에 3번 훈련한다. 녹녹지 않은 일정임에도 선수들은 서로를 챙기며 진지하고 성실하게 연습에 임한다는 게 신 감독의 얘기다.

5월 18일 오후, 삼천포초 체육관에서 만난 최아름 학생은 “언니들이 모르는 것도 많이 가르쳐주고 잘 챙겨줘서 좋다”는 말로 농구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왜소한 체구에도 파워풀한 슛이 일품”이란 건 정 코치의 귀띔이다.

최아름 선수
최아름 선수
서지인 선수
서지인 선수

팀의 주장을 맡은 서지인 학생은 피아노 실력도 수준급이란다. 부모님의 기대를 뒤로하고 농구부에 들었다는 서지인 학생은 “그냥 농구가 좋다”며 “폭발적인 돌파와 슛이 멋진 박지현 선수를 닮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박지현 선수는 국가대표팀의 가드로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정일화 코치는 “힘든 훈련에도 묵묵히 참고 따라주는 선수들이 대견하다”며 “아이들의 기량이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 전원의 고른 득점으로 얻은 승리라 고무적인 분위기다”라고 지난 전국대회 첫 승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꾸준히 연습하고 대회 출전 경험이 쌓이면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밝혔다.

그러나 삼천포초 여자농구부의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탁일주 교장은 ‘선수 수급과 운영경비 마련’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그는 “한 학년에 최소 5명의 선수가 있어야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데 농구를 하겠다고 하는 아이들이 없다. 학부모들도 힘들다고 안 시키려 한다”며, “전교생이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삼천포초 아이들로만 선수단을 꾸리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스포츠클럽 농구 활동을 하는 남자농구부 학생들.
스포츠클럽 농구 활동을 하는 남자농구부 학생들.
삼천포초 여자농구부 선수들이 스포츠클럽 남자농구부와 합동훈련을 하는 모습.
삼천포초 여자농구부 선수들이 스포츠클럽 남자농구부와 합동훈련을 하는 모습.

삼천포초는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토요일에는 스포츠클럽 농구 활동으로 아이들에게 체육관을 개방하고 있다. 또, 여름과 겨울 방학에는 농구 캠프를 연다. 삼천포초를 비롯한 관내 모든 초등생들이 참여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올해는 농구를 하겠다고 전학을 오는 3, 4학년 학생들에게 120만 원의 장학금도 내걸었다. 농구부 육성을 위한 진심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탁일주 교장
탁일주 교장

탁일주 교장은 재원 마련의 어려움도 농구부 운영의 큰 걸림돌로 꼽았다. 그는 먼저 “선수들이 적게 잡아도 일 년에 농구화를 네 켤레를 사용한다. 대회 참가나 전지 훈련에도 많은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사천시에서 운영비로 2,000만 원, 교육청에서 훈련비로 2,000만 원을 지원받고 있다. 학교에서도 자체 예산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삼천포초등학교 농구부는 사천시의 농구 인프라 조성을 위한 전초기지나 다름없다”며, 지역 사회의 다양한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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