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방법 몰라 갈등 겪지만, 상담에는 적극적’
갈등 이유로 ‘경제적 원인’ 꼽는 비중 높아졌다
상담소 “가능한 초기에 상담소 문 두드려주길”

최근 3년간 사천지역 가정폭력 상담 현황.(출처=사천YWCA 가정폭력성폭력 통합상담소)
최근 3년간 사천지역 가정폭력 상담 현황.(출처=사천YWCA 가정폭력성폭력 통합상담소)

[뉴스사천=정인순 기자] 가정은 사회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로 건강한 가정들이 집합체를 이룰 때 그 사회도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았지만,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가정폭력’은 여전히 위험수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천YWCA 가정폭력성폭력 통합상담소(소장 서은경)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접수된 가정폭력 관련 상담 건수는 2020년 1860건, 2021년 2664건, 2022년 1790건 등 모두 6314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간 상담소 전체 상담건수(1만 894건)의 58%를 차지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신고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까지 고려하면 실제 발생 건수는 이를 넘어설 것이란 게 상담소 측 설명이다.

가해자 유형으로는 배우자가 가장 많고 직계존속, 비속 순으로 나타났다. 발생 원인으로 성격 차이는 2021년 216건에서 2022년 194건으로 줄어든 반면, 경제 문제에서 318건에서 596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피해 유형으로는 신체적·성적·정서적 학대는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경제적 학대가 2020년과 2021년엔 각각 354건, 372건에서 2022년 842건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어려운 경제 사정이 가정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 이번 통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2021년 가정폭력 상담 건수의 폭발적인 증가다. 이는 코로나가 절정이던 시기로 누적된 분노나 스트레스가 요인으로 해석된다.

상담소는 “최근 배우자 간 폭력 사건의 특징으로 연령대가 점차 젊어지는 추세이며, 상담에 관한 인식에서도 많은 변화가 관찰되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서은경 소장은 “50대 이상은 가부장적 문화에서 오는 갈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30~40대는 육아나 경제적인 이유로 갈등을 빚다가 폭력으로 발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50대는 상담에 소극적이고 30~40대는 상담에 적극적”이라며, 세대에 따른 인식의 변화도 설명했다. 

그는 “올해 경찰에서 의뢰받은 30~40대 가정폭력 상담 20건 중 15건의 대상이 상담에 참여해 50% 정도가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이는 젊은 부부들의 갈등이 소통의 방법을 모르는 데서 오는 문제라는 것을 방증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문적인 상담기법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짚어주고 개인의 문제와 사회구조적인 문제 안에서 내담자가 처해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상담소의 역할”이라며 “누구라도 문제가 발생한 이후나 발생 초기에 해결 방법을 모르겠다면 언제라도 상담소 문을 두드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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