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영조 시민기자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보통 비변사에서 시험관에게 알려 낙방지를 남김없이 북쪽 변방에 실어 보내게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매번 300장 정도로 책임만 면하고 있으니 아주 온당치 못합니다. 낙방지를 서울과 지방의 시험관들이 자기가 차지하거나 남에게 주는데, 이는 재물 횡령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시험장에 들어왔던 사람 수를 보고해서 사사로이 쓰지 못하게 하소서.“

위 내용은 광해군일기 9년 6월 22일 자 기록입니다. 과거시험장에서 낙제한 사람들의 시험지를 버리지 않고 관청 용품으로 쓰거나 옷감 대신 군사옷을 만드는 데도 썼는데 이를 횡령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옷감이 부족한 때여서 과거시험의 낙방지는 납의(衲衣) 곧 누비방한복으로 변신한 것입니다. 그래서 과거시험을 자주 치를수록 군사들은 따뜻하게 지낼 수 있었지요.

원래 이 낙방지로 만드는 납의는 불교 스님들이 입는 회색의 웃옷을 말합니다. 납의의 납은 누덕누덕 기웠다는 뜻이지요. 낡아서 버린 낡은 헝겊을 이것저것 모아 빨아서 바늘로 기워 꿰매거나 누벼서 회색물을 들여 입었던 스님들의 옷에서 유래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스님들이 스스로 “납자(衲子)”라고 낮추어 부르기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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