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김영조 시민기자의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우리나라 풍습에 바둑·장기·쌍륙을 잡기(雜技)라고 부른다. 바둑알은 바닷물에 씻겨 반질반질하게 된 검은 돌과 흰 조개껍데기를 쓰고, 장기의 말은 나무로 차·포·마·상·사·졸 등의 말을 깎아 글자를 새기고 색을 칠해 쓴다. 쌍륙은 흑백의 말을 나무로 깎아 뼈로 만들어 쓴다.”

위는 조선 중기의 문인 심수경(1516-1599)의 수필집 ‘견한잡록(遣閑雜錄)’에 있는 내용입니다. 투호는 지금 거의 잊혔지만 조선 중기에는 바둑, 장기와 어깨를 견줄만한 놀이였습니다. 다만, 장기와 바둑은 주로 남성들의 놀인데 반해, 쌍륙은 여성들도 즐기는 놀이였지요. 쌍륙은 쌍륙판에 말을 놓고, 그 말을 움직여 상대방의 궁에 먼저 들어가는 쪽이 이기는 놀이입니다. 말을 앞으로 가게 하는 방법은 6면체의 주사위 두 개를 던져 나오는 숫자에 따릅니다. 따라서 ‘6면체 주사위가 둘 있다.’라는 뜻으로 쌍륙(雙六)이라 한 것이지요.

고려시대 이규보(1168-1241)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에 ‘쌍륙’이란 제목의 한시가 남아 있고, 김시습(1435-1493)의 문집 ‘매월당집’에도 같은 제목의 한시가 있습니다. 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 중에도 “쌍륙놀이에 빠지다.”란 그림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문인들 사이에서도 쌍륙은 놀이로서 꽤 유행했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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