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오면 제비 온다’는 말, 옛말 되지 않길 바라면서..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짇날을 맞았지만 제비를 구경하기는 꽤 힘들었다. 삼짇날, 제비
오늘은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삼짇날이다. 하지만 환경의 변화 탓인지, 차가운 날씨 탓인지 날쌘 제비를 구경하기는 힘들었다. 이곳 사천이 남해안을 끼고 있음에도 이렇게 힘들다면 내륙지역은 더 힘들지 않았을까.

하지만 신기하게도 지난해 금반지를 물어와 눈길을 끌었던 그 집에는 제비 두 쌍이 찾아왔다. 그 중 한 쌍은 이미 알을 깠는지 암컷과 수컷이 번갈아 가며 알을 품는 듯했다. 집주인도 흐뭇한 표정이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이 마을에 수 십 가구가 모여 있음에도 다른 곳에는 제비가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봐도 ‘금반지 제비’ 집 주위만 제비가 맴도는 걸로 봐서는 오직 그 집에만 제비가 날아든 모양이었다. 도대체 무슨 인연이길래...

그나마 '금반지 제비' 집에는 두 쌍의 제비가 날아들었다. 알을 품고 있는 제비. 삼짇날, 제비
사실 제비는 우리에게 오랫동안 ‘믿음’을 줘 왔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고 어둠이 가면 다시 새로운 해가 뜨는 것처럼, 봄이 오면 제비가 돌아온다는 것도 자연이 주는 ‘불변의 진리’처럼 받아들였다.

제비가 귀향(歸鄕)하리란 믿음! 그러나 문득 ‘이런 믿음도 깨어질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스친다. 한반도를 찾는 제비의 개체 수가 해마다 줄어들고 있으니 ‘봄은 봄이로되 제비는 오지 않는’, 정말 그런 날이 오는 것은 아닐까.

제비가 없는 한반도의 여름 그리고 들녘을 상상하기 힘들다. 그래서 2010년의 삼짇날, 수 천 년 이어온 제비를 향한 인간의 믿음에 금 가는 일이 없기를 희망해 본다. 또 그 믿음을 지키려는 최소한의 행동도 뒤따르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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