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한 농민들 “더 이상 시간 끌어도 기대할 것 없어”

농협 관계자들이 농협중앙회사천시지부 앞에 6개월 이상 쌓여 있던 나락을 치우고 있다. 쌀값
지난해 지역 농민들이 쌀값인상을 요구하며 농협중앙회사천시지부 앞에 쌓았던 나락가마니가 6개월이 지난 오늘에야 치워졌다.

이는 전국농민회 경남도연맹의 최근 결정에 따른 것이다. 농민회는 더 이상 시간을 끌어도 추가 쌀값인상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이 같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농민들의 기대와 달리 쌀값은 더 내려갔다. 지난해 말 나락 수매가는 40킬로그램 기준으로 4만6000원이었으나, 적재돼 있던 나락의 이번 수매가는 4만1000원이었다. 현재의 쌀값 시세가 반영된 결과로, 가마니 당 5000원을 손해 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농협 앞 나락쌓기 시위를 주도한 곤양농민단체협의회 하승원 회장은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부 손해는 있을지 몰라도 나락 수매가를 4만6000원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은 한 셈”이라고 말했다.

나락을 치우기 직전의 모습. 쌀값
하 회장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속은 몹시 쓰린 듯 했다. 점점 내려가는 쌀값을 막을 방법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사천시가 추경예산을 확보해서라도 일부 쌀값 보전을 해주기로 약속했는데, 아직 말이 없다”며 씁쓸해 했다.

지난해 말 지역 농협들이 제시한 쌀값이 가마니 당 4만3000원 선으로 알려지자 농민들은 쌀값인상을 요구하며 농협 앞에 나락쌓기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이후 사천시에서는 ‘농어촌 지원에 관한 기본 조례’를 만들어 농어업인의 소득보전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아직 쌀값보전으로 이어지진 않은 셈이다.

한편 농협은 “쌓여 있던 나락 일부가 변질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량 매입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