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 지난 6월부터 미디어교육 진행

경남 사천시 사천읍에 위치한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는 지난 6월부터 지역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설명. 카메라 조작법을 설명하고 있는 한국국제대 송성권 교수)
짜증스러운 장맛비가 며칠째 내리던 지난 11일 늦은 일요일 오후. 사천시 정동면에 위치한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에 6mm 카메라를 든 이주노동자들의 움직임이 조심스럽다. 무언가를 열심히 촬영하고 있는 그들 사이로 일일이 카메라 촬영법이나 움직임을 가르치는 강사의 발걸음은 분주하다. 이주노동자들의 진지한 눈빛과 조심스러운 손짓 때문일까! 카메라를 든 그들의 모습이 어색해 보인다.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센터장 이정기)는 이주노동자와의 소통을 위한 영상미디어교육 '나는 영화감독, 레디 액션!'이라는 제목의 다문화 프로그램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10년 사업으로 선정된 이후 지난 6월 중순부터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국제대, 인터넷신문 뉴스사천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오는 11월말까지 진행된다.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는 고된 노동과 외로운 타국 생활에 찌든 이주노동자들에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직업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며 특히 미디어교육을 통해서 한국문화를 배우고 사회적응을 돕기 위해 시작했다.

이정기 센터장은 “다문화 예술 교육이나 여가선용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측면도 있지만, 본국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들이 미디어교육을 통해 배운 기술을 직업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매주 일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 10명에서 15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출신들이다.

이들은 교육 기간 동안 카메라 촬영, 편집, 그리고 연출 등 영화나 다큐멘터리 제작에 필요한 기본 과정을 배우게 된다. 교육 과정을 마치고 나면 직접 영화나 다큐멘터리도 제작해서 시사회도 가질 예정이다.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에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 3개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답답해 죽겠습니다. 말이 안통해서...”
한창 강의를 진행하던 한국국제대 송승권 교수가 잠시 쉬는 틈을 이용해 귀띔으로 기자에게 푸념을 늘어놓는다.

송 교수의 푸념처럼 교육을 진행하는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언어소통이다. 교육생들 자체가 다문화이다 보니 이들 간에도 소통이 안 되고 특히 한국말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매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디어교육이 한 달을 넘겼지만, 교육 진도는 거북이 걸음마일 정도로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래서 교육 내용 대부분은 이론적인 강의보다 실습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일명 만국 공통어인 ‘바디 랭귀지’를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는 교육이 끝나면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제작한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기자는 교육생 중에 한국어 능력이 그나마 낫다는 빤꿘(베트남)씨, 훈꾼티어(캄보디아)씨에게 인터뷰를 시도했다. “어떻게 해서 미디어 교육에 참여하게 되었냐”고 물었지만,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그들은 기자의 온갖(?) 시도 끝에 더듬더듬 답변을 했다.

“캄보디아에서~ 음~ 나는 친구와 아버지, 친척들을 촬영했다. 음~ 카메라에 관심이 많았다. 음~ 그리고~ 교육에 계속 참석하고 싶다.”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교육은 경기도 안산 등지에서 일부 단체만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기에 경험이 축척되지 않아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미디어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 강사, 교육생들의 열기가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면 새로운 다문화 소통 프로그램으로 널리 퍼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올해 말 노력의 결과물인 그들의 작품이 기다려진다.

   
신동일 감독의 영화 ‘반두비’에서 주인공 카림 역을 맡았던 방글라데시 출신의 마붑 알엄(33세).
이날 서울에서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2009년 상영된 독립영화 가운데 집중 조명을 받았던 신동일 감독의 영화 ‘반두비’에서 주인공 카림 역을 맡았던 방글라데시 출신의 마붑 알엄(33세)씨가 방문한 것이다. 마뭅 알엄씨는 유창한 한국말로 간단한 인사말과 함께 미디어교육이 잘 진행되기를 바라는 덕담을 남겼다. 다음은 마붑 알엄씨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한국에는 언제 왔으며, 언제부터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99년도에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왔다. 2002년도인가 그때에 영화관련 사람들을 만나게 됐는데, 그때부터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4년 전에 한국 여자와 결혼을 했고, 지금은 ‘loving Korea'라는 제목의 영화를 준비 중이다.

▲오늘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에 방문한 이유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다문화 미디어프로그램 분야 코디네이터로 일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을 점검하고 조언하는 역할이다. 그 일 때문에 여기에 오게 됐다.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미디어교육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언어 소통 문제가 풀어야할 과제다. 저는 물론 다른 지역의 다문화 미디어교육도 마찬가지로 이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우리가 진행한 것(프로그램)과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해 보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조언을 해주고 싶다.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나 이주노동자들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서 일하다보면 시간 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미디어교육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센터, 이주노동자들이) 서로 환경을 만들어가야만 미디어교육이 지속적으로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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