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 병력철수 시작, 곤양상인들 “실감 나네”

옛말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고 했던가.

1985년8월, 205특공여단이 처음 자리 잡을 때는 덤덤하게 받아들였던 곤양주민들이 막상 군부대가 빠져나간다고 하니 마음 한 편이 휑한 모양이다. 말은 무성했지만 깊이 와 닿지는 않았던 부대 해체. 하지만 막상 군 병력의 철수가 시작되자 지역 상인들 사이에 한숨소리가 깊어졌다.

미래의 새로운 첨단 정보 과학군 육성을 목표로 국방부가 2005년9월 발표한 군 개혁안 ‘국방개혁 2020’. 이에 따라 곤양면에 위치한 제205특공여단은 12월1일 공식 해체된다. 공식 해체를 앞두고 오늘(20일)부터 본격적인 병력 이동이 시작된 것이다.

오전 9시 남짓, 205특공여단 연병장에는 군인들을 싣고 갈 대형버스와 화물차가 도열해 있었다. 군인들은 자신들의 짐을 화물차에 싣거나 미처 못 꾸린 짐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장교들과 부사관들은 자신보다 조금 먼저 떠나는 사병들을 착잡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짐을 모두 싣자 병사들이 여러 대의 버스에 나뉘어 올랐다. 소대장은 버스에 오르는 병사들을 일일이 껴안았다. 어떤 이는 눈물도 글썽였다. 이별의 아쉬움도 잠시, 버스는 남겨진 동료들의 배웅을 받으며 위병소를 떠났다.


곤양면소재지에 있는 상가 주인들은 대부분 부대 소식을 잘 아는 듯했다. 많은 병사들이 오늘 떠난다는 사실과 조만간 1개 대대병력이 다시 들어와 부대를 지키게 될 것이라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군 병력이 4분의1로 크게 준다는 것도 뻔한 사실, 그래서 지역경제에 미칠 여향이 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상인들은 군인들이 자주 찾는 업종, 특히 중화요리, 치킨, 피자 등 외식업과 주점, 그리고 택시업계에 일차적인 영향이 있을 거라 보면서 길게는 지역경제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군인 가족이 함께 떠나면서 그들 자녀의 공백도 클 것이라고 걱정했다. 실제로 확인 결과 어린이집의 경우 13명, 초등학교는 20명 남짓, 중학교는 5명이 부모를 따라 곤양을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관계자들은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어린이집과 학원은 달랐다. 군인 자녀가 차지하는 비율이 10%가 넘는 데다 이것이 고스란히 매출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곤양주민들이 205특공여단과 소속 군인들을 ‘돈을 쓰는 소비자’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름철이면 찾아오는 태풍과 집중호우, 자연의 위력 앞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언제나 달려 와주는 사람들이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사천지역민과 23년을 함께 해 온 205특공여단의 생명은 이제 열흘 남았다. 창설배경이 그리고 지나온 세월이 어떠했든, 떠나는 사람 보내는 사람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각인되는 시간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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