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투리 돈 때문에 전쟁을 치르는 이유가 그 돈 돌려받기위함은 아닐진대.
요즘같이 바쁜 세상, 시간 당 만원은 벌어야 살 만한 세상에 살면서 하루 종일 천원도 안 되는 돈 때문에 피곤하고 신경쓰이는, 게다가 좋은 말도 못 듣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가끔 있곤 하다.
그런 사람들 중에 내가 속한 다는 사실은 혼자서 생각해 보아도 참 불편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작은 돈 문제까지도 밝히고픈 이유는 선량한 흰 돈이 시꺼먼 검은 돈으로 눈 앞에서 바뀌는 일이 절대로 자연스러운 일일 수 없다는 사실, 다수의 소액 피해자가 검은 거금으로 큰 도둑을 키우는 일이 우리들에게 결코 밝은 미래를 줄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리라.
어떻게 돈에 흰 돈이 있고 검은 돈이 있을 수 있을까, 돈이란 그저 돈일 뿐인데...
그저 눈 먼 돈은 눈 밝은 사람에게는 잘 모이고, 가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 버리는 것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참된 돈의 가치는 그것을 버는 과정 그리고 쓰는 동안에 내가 얼마나 떳떳하고 보람 있을 수 있는가, 어떻게 밝고 투명하고 따뜻한 사회를 맘 속 깊이 바라고 있는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최근 두 달간을 다 합해서 만 사천 원 남짓하는 돈을 투명하게 돌려 받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그리고 그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을 눈 앞에서 바라보는 동안, 그리고 하얗던 돈이 경로를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보는 동안 더욱 뚜렸해졌다.
그것은 불로소득 즉 노력없이 버는 돈이 사람과 사회를 얼마나 병들게 하는 것인지, 이런 정당하지 못한 이문이 아예 생길 수 없도록 제도화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모두가 공감하여야 한다는 갈급한 마음이었다.
팔백 팔십원이 귀찮아서 그냥 손을 놓아 버리는 순간, 우리는 팔억 팔천 만원을 한달에 취득할 수 있는 거대한 악에게 힘을 실어 주는 꼴이 되는 것이다. 어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닌 사실 그대로의 악을...
아래의 예가 되는 세 군데의 기업은 꼬집어서 그들만의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1. 한국전력.
2010년 6월 05일을 납기일로 9,240원이 청구 되었다.
6월 21일로 납기일을 넘어서 납부하였고 7월 5일을 납기일로 다음 달 요금이 청구되었다.
문제는 7월 요금 청구서를 받은 경로가 평소와 같은 우편 청구가 아니라 별스럽게도 직원이 직접 찾아와 청구서를 발부하고 갔다.
직접 찾아온 것이 미안해서 그 달 요금은 일찍 납부하였는데 다시 확인해 보니 이중수납이 되었다.
전화로 확인하여 현금으로 환급받는 것은 절차가 복잡하니 다음 달 요금에서 삭감하여 청구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나 다음 청구서에서 그 부분을 확인할 수있는 곳은 없었다.
그것을 계기로 당 사의 인터넷 게시판에 사실 확인을 요구하여 청구 경로와 책임 소지를 밝혀 줄 것을 요구하였더니....
월요일 아침에 전화가 왔고 민원을 삭제 할 것을 부탁 받았다.
청구서 상으로 확인이 된다면 삭제하겠다고 약속하였더니 얼마 후 바로 마을로 직원이 찾아와 당월 수납이 확인 된 청구서를 가져 왔고 그것을 확인 한 후 민원을 삭제하였다.
하지만 그 책임 소지와 6월 22일 미납 내역이 확인된 청구서를 요구하지 않았던 것이 마음에 걸리긴 하였지만 그리 큰 일은 아니리라, 짜투리 돈이리라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그리고 그 다음 일이 있지 않았다면 이 글을 쓸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지만 눈 먼 돈을 노리는 짜투리 큰 도둑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었다. 그만큼 이들은 청구서의 숫자들 사이로 교묘히도 부를 축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어떤 제재도 없었다. 마치 세상이 그들의 편인 것 처럼...
2. KTF, LGT.
이번 역시도 청구서는, 청구는 할 수 있으나 환급은 할 수 없는 우리에겐 불리한 종이 쪽지였다.
사흘 간의 납부액인 아내의 880원과 나의 3910원이 양 쪽에서 함께 청구 되어서 납부된 것이다.
KTF쪽에서는 우선 자신들이 먼저 청구하여 납부하였으니 LGT에 환불을 요구하라 하였다.
그 장소가 LG의 대리점이었으므로 나는 담당자에게 바로 전화를 주었다.
담당자는 6월로 요금이 이월 된 이상 KTF에서 청구할 권한이 없지 않느냐고 닥달 하였고,
KTF는 그 요금을 본인 계좌로 환불하였다고 말을 바꾸었다.
하지만 그 통장은 그 자리에서 내가 가지고 있었기에, 말은 다시 바뀔 수 밖에 없었다.
즉, 요금 조정이라는 것으로 6월 청구 금액에서 정산 되어서 삭감되어서 요금이 부과 되었다는 것.
6월 청구서를 방 구석에서 찾아서 보여주면 이들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
전산망을 장악한 이에게 전산망을 증거로 짜투리 돈을 돌려 받는 것.
그 힘든 일을 계속 하려는 이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을까...?
정의롭고 투명한 세상에서 자신의 흰 돈이 검은 돈으로 바뀌는 것을 보지 않는 것.
정의의 편을 들어 주는 정의 아래에서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있을 뿐이다.
돈이 되는 사업을 놓아 두고 돈이 안 되는 사업을 하고자 하는 바보 같은 사람들을 조금 더 많이 만나보고 싶다는, 헛될 지 모르는 생각을 하고 사는 바보들일 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