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통학차량의 한계와 학부모들의 걱정

사천시 사남면의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개학을 앞두고 자녀들의 통학로가 안전하지 않다며 걱정이 많다. 멀리 보이는 아파트는 올해초 준공한 리가아파트.
8월도 이미 중순이다. 여전히 무더운 날씨지만, 학생들은 이제 다가오는 개학일이 신경 쓰일 때다. 그런데 이 개학일이 걱정인 학부모들도 있다. 이유야 다양하겠지만, 개교를 앞둔 사남초등학교와 지난 봄 입주한 사남면 월성리 리가아파트 학부모들도 걱정을 안고 있다.

사남초등학교 예비학부모들의 경우, 9월1일 개교를 앞두고 있지만 통학로가 정비되지 않아 자녀들을 마음 놓고 학교 보내기가 불안하다. 이는 이미 보도를 통해 전한 바 있다. 보도 이후 사천교육청과 사천시청, 시의원 등이 나서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비슷한 문제를 인근 리가아파트 학부모들도 제기하고 있다. 리가아파트 학생들은 삼성초등학교를 다녀야 한다. 그런데 거리가 1킬로미터 쯤 되는 데다 통학로가 안전하지 않다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이 아파트에서 삼성초교로 이어지는 통학로는 크게 두 가지. 시도1호선을 이용하는 방법과 들판을 가로지르는 농로를 이용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하지만 시도1호선은 인도 정비가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사천시는 이 도로를 향후 4차선으로 넓히겠다는 계획을 지녔지만 현재로선 그것이 언제일지 확실치 않다. 그런데도 이 도로의 이용차량은 많은 편이어서, 저학년생을 둔 학부모로선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리가아파트에서 삼성초등학교로 향하는 주도로는 시도1호선이다. 사천시는 이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하며 인도를 정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마음이 불안하긴 농로도 마찬가지란다. 시도1호선에 비해 이동거리는 크게 줄어들지만 도로 폭이 좁은 것이 문제다. 이 농로에도 차량이 다니기 때문. 일반 승용차가 지나가도 아이들이 비켜설 공간은 50센티미터 안팎이다. 게다가 겨울철에는 빨리 어두워지므로 가로등도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까닭에 학부모들의 주장은 통학차량을 배치해 달라는 쪽으로 쏠린다.

그러나 교육청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통학차량은 초등학교의 통폐합에 따라 폐교된 학교에 다니던 학생들에게만 지원한다는 것이다. 물론 차량 이용 대상이 아닌 학생이라도 통학차량의 운행로에 있는 경우라면 태우는 경우가 있지만 리가아파트의 경우 902세대여서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는 게 교육청 주장이다.

올해 삼성초교에서 운행하는 통학차량은 모두 4대. 옛 가천초교 방향과 옛 사남초교 방향, 또 옛 초전초교 방향과 옛 삼성초교유천분교 방향으로 운행했다. 매일 아침, 차량1대가 많게는 3회 운행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옛 초전초교 방향으로 운행되던 차량은 사남초교가 개교함에 따라 새 학기에는 사라진다. 교육청에서는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았다.

리가아파트에서 삼성초교로 향하는 다른 길은 농로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리가아파트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승용차로 이동시킬 경우 학교앞이 더욱 번잡해질 것이라며, 시도1호선이 정비될 때까지 만이라도 기존 통학차량을 이용하게 해 달라고 주장한다. 현재 아파트 입주율도 낮은 편이어서, 학생들이 많지 않다는 것도 주요 이유다.

이에 반해 학교와 교육청의 입장은 확고하다. 일단 소수의 학생이더라도 통학차량을 이용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학생들이 늘었을 경우 감당하기 어렵고, 그때 가서 불만을 잠재우기란 더 쉽지 않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그렇다고 차량을 지원하게 되면 또 다른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문제의식도 깔렸다.

교육계에 따르면 실제로 이 같은 논란이 경남교육청 산하 여러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천시 정동면 정동초교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동초등학교 인근 송보아파트의 경우 통학차량을 이용하려는 학생은 많지만 여유좌석이 얼마 안 돼 유치원생이나 1,2학년생들만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고학년 학생을 둔 학부모들의 통학차량 이용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단다.

사실 이런 논란은 십 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때만 해도 30분이든 1시간이든, 학생들은 걸어 다녀야만 했다. 그러던 것이 효율성이란 이름으로 농촌지역에 ‘초등학교 통폐합’이 진행되면서 통학차량이 등장했다. 요즘 일고 있는 논란의 불씨가 된 셈이다.

이 농로에 차가 지날 경우 학생들이 피할 여유가 너무 없다는 게 학부모들의 걱정이다.
물론 이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몇 백 미터 떨어진 거리도 차를 타고 다니는 시대가 되다 보니, 또 어린이들에게까지 해코지를 해대는 험한 세상이다 보니, 부모들로선 자녀를 더 편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학교에 보내기를 바란다. 그 마음을 무턱대고 나무랄 수야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심정을 이해한다고 해서 모든 요구가 해결되는 세상은 분명 아니다. 어느 거리는 차를 타고, 어느 거리는 걸어야 한다는 명확한 잣대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마당에 더 중요한 것은, 주어진 조건 속에서도 아이들의 안전과 편의를 조금이라도 봐주려는 마음씀씀이다.

마침 삼성초교에서는 등하교 시간에 ‘학교안전지킴이’를 리가아파트에 배치하고, 교사를 학교 후문에 배치해 통학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살피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관련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고육책인 셈이다.

여기서 한 발 더 나가면 어떨까. 지금의 통학차량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저학년들만이라도 차량을 이용하게 한다면, 부모들은 조금이나마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지 않을까.

삼성초교에서 바라본 리가아파트. 이 길을 걸으며 자연을 느끼고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일, 초등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건 벅찬 걸까?
그리고 학부모들도 농촌의 사정을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 도심에서는 인구가 밀집한 탓에 집과 학교 사이 거리가 무척 가깝다. 그러나 농촌은 다르다. 마을과 마을이 드문드문 떨어진 것은 인지상정이다.

비록 주거형태가 아파트라 해도 농촌은 농촌이다.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삶의 조건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 비록 약간의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들판을 따라 걸으며 자연을 느끼고 계절의 변화를 깨닫는 사람으로 우리 아이가 자란다면, 그것은 농촌이 주는 축복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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