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의 손배소송 법원1심에서 '기각'.. 어민들 "항소할 것"

창원지방법원진주지원이 지난 17일 사천만 어민들이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어업피해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사진은 남강댐 방류로 가두리양식장 물고기들이 폐사한 모습. 사천시청제공.
남강댐의 사천만 방류로 입은 어업피해를 한국수자원공사가 배상해야 한다는 어민들의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수자원공사는 당연하다는 반응인 반면 소송을 제기한 어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항소 의지를 밝히고 있다.

지난해 5월, 사천수협과 삼천포수협 소속 가두리양식 어민 등 816명은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남강댐이 높아진 1999년 이후 방류량 증대로 인해 어업피해를 심하게 입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을 맡은 창원지법진주지원은 지난해 10월에 첫 심리를 시작해 지난 8월17일 8차 공판에서 어민들의 주장을 기각했다.

아직 판결문이 나오지 않아 정확한 기각사유를 알긴 힘들지만, 어민들의 “최초 댐 준공 시 초당 1750톤 방류 기준으로 보상했을 뿐 그 이상의 방류에 관해서는 피해보상 의무가 아직 남아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이번 소송의 논란 중 하나가 남강댐이 최초 준공했던 1969년에 수자원공사와 어민들 사이에 맺은 일종의 부관, 즉 ‘남강댐 방류 및 공공사업으로 인한 어떠한 보상도 받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가 어디까지 유효한가 하는 것이었다.

남강댐에서 사천만 방향으로 물이 방류되는 모습. 자료사진.
반면 수자원공사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어민들이 1990년도에 남강댐을 보강한다는 ‘공공사업 고시’ 이후에 어업권을 획득한 어민들이기에 손해배상 청구권이 없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피해가 뻔히 예상되는 곳에서 어업행위를 하는 것은 그만큼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인 셈이다.

어민들의 경우 어업면허는 10년이다. 이는 한 차례 연장할 수 있어 20년까지 가능하다. 물론 그 이후에도 ‘재개발면허’를 신청하면 어업을 계속할 수 있다. 이때 어업면허 번호가 바뀐다.

수자원공사가 주목하는 점은 바로 여기다. 어업인이 20년 이상 어업활동을 하고 있더라도 최초의 법적 지위가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1969년 최초 보상을 받았던 어민들은 현재 남아 있지 않으며, 지금의 어민들은 재개발 신청을 통한 신규 어업권 취득자일 뿐 추가보상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해온 것이다.

그러나 어민들의 주장은 달랐다. 어업권 취득 후 20년이 지나 새 어업권을 취득하더라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는 것이다. 이에 관해선 어업면허를 관리하는 사천시 해양수산과도 같은 입장이다. “어업권을 한 번 가지면 사실상 평생 사용할 수 있도록 법에서 정하고 있고, 토지와 같은 일종의 부동산처럼 취급된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연구용역을 받아 경상대해양산업연구소가 작성한 <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일대 해양환경영향 및 어장 경제성 평가 조사연구 보고서>의 일부. 남강댐 방류가 사천만 어업에 엄청난 손실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면서도 수자원공사에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고 봤다.
이번 소송에서 또 하나 주요 논란이었던 것은, 1999년에 남강댐보강사업으로 준공한 남강댐이 ‘보강댐이냐 신규댐이냐’는 것이다. 이를 두고 수자원공사는 보강댐이라는 주장인 반면 어민들은 기존 댐에서 얼마간이라도 물러난 곳에 새로 지은 신규댐이라고 주장했다.

어민들은 이 댐이 신규댐으로 규정되어야, 정부 또는 수자원공사가 새로운 사업을 하면서 해양부문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점을 부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런 어민들의 주장을 기각함으로써 수자원공사 측 주장에 더 무게를 실었다. 특히 지난 2003년에 어민들과 수자원공사의 합의에 따라 2008년 말에 완료된 <남강댐 방류로 인한 사천만 일대 해양환경영향 및 어장 경제성 평가 조사연구 보고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어업피해는 인정되지만 그 당시 맺은 합의서에 법적 효력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소송으로 지난 세월에 입었던 어업피해를 조금이나마 배상받기를 바랐던 어민들의 기대는 물거품이 될 위기다. 어민들도 상당히 낙담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판사가 수자원공사 측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항소할 뜻을 밝히고 있다.

19일 사천수협에서 만난 백인흠 남강댐어업피해보상추진위원장. 그는 "법으로 안 되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남강댐 방류를 막겠다"고 말했다.
남강댐어업피해보상추진위원회 백인흠 위원장은 지난 19일 “판결문이 도착하는 대로 대책위를 소집해 대응책을 강구하겠지만 항소를 통한 법적 대응은 물론 기타 어민들이 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판결문 반박자료를 만들어 언론과 정치권에 배포하는 것은 물론 정부청사 등에서 1인시위를 벌일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남강댐에서 사천만으로 방류를 시도할 경우 제수문 아래서 목숨을 건 시위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1심에서 승리한 수자원공사는 느긋한 표정이다. 한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에 따른다는 게 기본원칙”이라며, “판결문이 나와 봐야 어떻게 대응할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창원지법진주지원은 이날, 사천지역 어민 81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외에도 사천과 남해 피조개양식 어민 등이 제기한 3건의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대해서도 모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수자원공사가 느긋한 표정을 짓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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