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영국박물관에서 본 수많은 유물들

[사천 촌놈 유럽을 걷다 - 유럽여행기③]  우여곡절 끝에 겨우 찾아간 호텔은 아프리카와 아랍을 비롯한 제3세계 이주 노동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런던 외곽 지역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3세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은 대체로 어렵고 힘든 일에 종사합니다. 런던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시는 분들입니다. 아침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이분들 없으면 런던이란 도시가 유지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리와 로마를 비롯한 유럽 여러 도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 여행 첫날, 첫 호텔
 단체 배낭 여행에 참여한 일행들을 모두 만날 수 있는 호텔 조식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이번 여행에 참여한 인원은 모두 27명입니다. 초딩, 중딩, 대딩부터 어머님, 아버님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단체 배낭 여행은 숙소까지만 인솔자의 도움을 받습니다. 찾아가는 도시와 숙소만 같은 곳이고 그 외 여행 장소와 일정은 각자 자유롭습니다. 자연과 풍경을 좋아하는 사람, 역사와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 쇼핑과 휴식을 좋아하는 사람 등 다양하게 생각하고 다양하게 바라보며 다양하게 움직입니다.

▲ 호텔에서 제공되는 아침 식사 즉 호텔 조식입니다.
 빵, 쏘시지, 햄, 베이컨, 토마토, 달걀, 우유, 커피, 쥬스, 물 그리고 약간의 과일까지. 호텔에서 제공해주는 아침 식사는 어느 도시, 어느 호텔이나 비슷합니다. 맛있게 먹느냐, 마지못해 꾸역꾸역 먹느냐. 선택은 먹는이의 생각과 음식 취향에 따라 다릅니다. 여러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한가지 공통점은 배고프고 허기지면 모두 맛있게 먹는다는 사실입니다. 햄도, 쏘시지도, 희안하게 생긴 빵도 시장해지면 감지덕지 맛있어집니다.

 아침 먹으며 점심 준비까지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호텔에서 제공되는 빵과 쏘시지 몇개를 눈치껏 봉지와 가방에 담아 놓습니다. 부지런히 다니다보면 빵 때를 놓치는 경우가 있어 비상시를 대비한 식량 비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 영국박물관
 아침 빵 먹고 서둘러 대영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훔쳐온 여러 유물들을 영국에 대신 전시해놓은 박물관이라서 대영박물관이라 부르는 건 아닙니다. 대영제국의 박물관이므로 대영박물관으로 불리는 것입니다. 좁은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 찾아가는 데 약간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정면에 보이는 8개의 기둥과 조각상이 방문객을 반깁니다. 박물관 내부가 얼마나 넓은지 입구만으론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전시실을 다 둘러보려면 몇 날 며칠은 걸릴 듯 합니다. 대충 둘러보는데도 한나절이 소요됩니다.

▲ 대영박물관 안내 책자
 박물관 입구에 비치되어 있는 안내 책자입니다. 모두 영국박물관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일본과 우리나라만 대영박물관이라 합니다. 대영제국, 대일본제국. 제국주의의 영향이 아직까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냥 다른 나라들처럼 영국박물관이라고 하면 될텐데...

▲ 박물관 입구의 사자상
 정말 착하게 보이는 사자 한 마리가 약간 불쌍한 표정으로 박물관 안에 갇혀 있습니다. 어디서 살다가 오셨나요? 물어보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습니다. 사자 있는 곳이 박물관 입구의  Meeting Point입니다. 94관까지 있는 전시실을 빙빙 돌아가며 둘러 보다 자칫 길을 잃는 수가 있습니다. 그 땐 이곳으로 달려오면 됩니다. 한참을 헤메다 찾아온 기억이 납니다. "아버님, 어디계세요?" 애타게 찾는 가이드의 애절한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돕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거의 탈진 상태로  찾아왔던 곳입니다. '쪽팔림'은  순간이지만 '허기짐, 탈진'은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옵니다. 길 잃었다고 '쪽팔려' 하지 말고 자꾸 물으면서 찾아와야 합니다.

▲ 그리스 신전
 
▲ 진열된 조각상과 관람객들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조각상의 60%를 떼어다 놓았다'고 합니다. 조각상들이 양쪽 벽면을 빽빽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박물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이동합니다. 다리가 아파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집니다. 이집트 전시실과 그리스, 로마 전시실이 단연 압권입니다. 참 많이도 가져다 놓았습니다.

▲ 그리스 조각상
▲ 언제 보아도 사랑스런 통통 비너스
 앉아 있는 분, 서 계신분, 팔 다리가 잘리신 분, 목이 없는 분, 그 외 신체 중요 부위기 잘려 나간 분 등  조각상 모습이 정말 다양합니다. 신전에 계셔야할 위대한 신들이 박물관에 있으니 많이 어색해 보입니다.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잘 찾아다니는 것. '존재의 이유'입니다.  영국박물관에서 배운 소중한 교훈입니다.

선사시대 전시실, 유럽 전시실, 이집트 조각 전시실 등은 대충대충 지나갑니다. 한국 전시실은 박물관 구석에 있습니다. 한국관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 한국관
 전통한옥 한영당이 옛 방식 그대로 전시실 한 켠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빗살무늬토기와 신라 금관, 분청사기, 김홍도의 풍속화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한국관 전시물-백자 항아리
 한옥 창살을 배경으로 백자항아리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사진 찍는 '조선 여인'과 백자항아리가 절묘한 한국미를 연출해 냅니다. 둥글둥글 곡선의 미학입니다.

▲ 조각상을 그대로 닮은 듯한 청년
 백자항아리를 닮은 '조선 여인'과는 달리 그리스 조각상을 닮은 듯한 서양 청년입니다. 서양 문화와 동양 문화의 대비된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영국박물관을 제대로 끝까지 보려면 동서양 고대사부터 중세, 근대의 역사까지 두루 섭렵해 두어야 합니다. 두 다리 근육도 제법 튼튼하게 다듬어 놓아야합니다. 그냥 대충 둘러보고 나오려면 꼭 집어 놓은 유물 몇개 찾아보고 나오면 됩니다. 그래도 시간은 꽤 소요됩니다.

▲ 이집트 미라
▲ 이집트 유물-람세스 2세 조각상
 영국이 식민 지배를 했던 이집트 유물이 가장 많이 보입니다. 잘 생긴 람세스 2세 조각상입니다. 이집트 미라들도 박물관 한 켠에 누워 있습니다. 만약에 누워 있는 당신들이 우리 조상들이었다면 화가 머리 끝까지 났을 듯 합니다. 그래도 씁쓸한 맘은 가눌 길 없습니다.

▲ 로제타 스톤
 1799년 나폴레옹 원정대가 나일강 삼각주에서 발견한 로제타스톤입니다. 검은 현무암에 이집트 상형문자, 민간문자, 그리스 문자로 법령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집트 상형문자를 해독하는 데 크게 공헌한 돌덩이입니다. 로제타스톤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유리창 가에 붙어 있기 때문에...

 영국박물관은 입장료가 없습니다. 영국은 공짜로 구경할 수 있는 박물관이 많습니다. 하긴...그럴 만도 합니다. 전세계에서 훔쳐(?)다 놓은 유물들이 대부분이니까요. 멀리 다른 나라까지 가서 보아야할 유물들을 한곳에 모아 준 영국박물관. 멀리까지 가야하는 수고를 덜어준 참 고마운 박물관입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진도 맘대로 찍을 수 있습니다. 

다음 기사는 내셔널갤러리와 런던의 공원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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