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은 사랑의배달부④]힘든 여정속의 꿀맛 열대과일

첫날 밤, 곡예운전 차에서 새우잠 에서 이어짐

투르가문씨의 가족들에게 영상메시지를 보여주고, 한국에 있는 투르가문씨에게 전해 줄 그의 가족들의 영상메시지를 촬영한 뒤, 가족들과 기념촬영도 하고 잠시 얘기를 나누는 사이 시간은 벌써 새벽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쏟아지는 졸음과 피곤에 지친 몸을 가누기 힘들었던 우리는 투르가문씨의 사촌형 집 2층에 마련된 잠자리에 눕자마자 그대로 쓰러졌다. 너무 피곤했을까!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무거운 돌덩어리를 몸에 얹은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상황인데도 제대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뒤척이는 사이 서서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인도네시아 지도를 보며 다음 일정을 설명하고 있는 이정기 사천다문화통합지원센터장(사진 속 왼쪽)
다음날 아침, 잠결에 들리는 부산한 소리에 잠을 깼다. 투르가문씨의 사촌형이 간식꺼리를 가져왔다. 오래 동안 잔 것 같은데, 시계를 확인해 보니 오전 8시 정도 밖에 안됐다. 긴 수면은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편한 자리에서 깊은 잠을 자서인지 피로감이 많이 풀린 듯 했다. 반면 이 센터장과 하언이는 여전히 꿈나라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인도네시아의 한 식당-뷔페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음식 양에 상관없이 음식 종류별로 가격이 정해져 있다.
얼마 후, 모든 짐을 챙기고 다음 일정을 의논한 뒤, 투르가문씨의 사촌형과 함께 인근 식당으로 이동했다. 우리나라의 뷔페식 식당으로, 열 댓가지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생선이나 기타 고기류 보다는 끓은 물에 데친 다양한 채소류가 눈에 뛰었다. 사실 인도네시아의 음식에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 있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기우였다. 주로 경남지역에서 음식에 넣어먹는 방아 같은 향과 맛이 났는데, 먹는데 부담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인도네시아 음식이 입맛에 맞는지 곧잘 먹었다. 물론 끼니를 제 때 챙겨 먹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인도네시아 음식의 특징적인 것은 일 년 내내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볶거나 튀긴 음식이 대부분이었다. 이곳 가정을 들을 때마다 생선이나 육고기는 항상 튀김으로 나왔고, 채소류는 우리나라 나물처럼 살짝 데쳐서 양념과 버무려져 채소 고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었다.

때 늦은 아침식사에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인도네시아하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한국에서는 쉽게 먹을 수 없는 열대 과일이다. 겉모양과 색이 각양각색이어서 처음 접한 사람은 약간의 거부감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달콤하면서도 이색적인 맛이 입맛을 사로잡았다. 각 가정을 방문할 때마다 열대 과일이 간식처럼 나오기도 했고, 가는 길에 먹으라고 싸주시기도 했는데, 인도네시아 여정 동안 열대 과일은 피곤에 지친 우리들에게 행복한 간식꺼리였다.

안디 씨의 가족의 내놓은 간식.(가지에 달려 있는 과일이 '롱간'이다)
그때 먹었던 열대 과일 중에 용의 눈처럼 생겼다고 해서 ‘드래곤아이’라는 이름이 붙은 ‘롱간’은 이곳에서 가장 흔한 과일인지 간식으로 항상 나왔다. 과일 껍질이 털로 뒤덮여 있는 불그스름한 색깔의 ‘람부탄’, 한국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바나나, 파인애플, 메론 등도...

인도네시아에서는 갖가지 열대과일을 촬영할 기회가 없어 캄보디아에서 찍은 사진을 올렸다. 아쉽게도 '두리안'은 촬영하지 못했다. (사진 맨 왼쪽의 빨간색 과일이 람부탄이고 오른쪽 녹색 과일은 오렌지다)
특히 열대 과일하면 ‘두리안’을 제쳐 두고는 얘기할 수 없다. 과일 중에 왕이라고 불리는 ‘두리안’은 ‘지옥의 향기 천국의 맛’이라고 흔히들 얘기하는데, 그 말처럼 과일 향은 지독한 반면 맛은 일품이다. 썩은 냄새인지 알듯 모를 듯 한 심한 악취 때문에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먹어 보면 그 맛을 잊을 수가
송고산의 힌두사원 위치도.
없다. 왕의 대접을 받는 과일이기에 다른 열대과일에 비해 비싼 편이다. 이곳에서 처음으로 두리안에 대해 알게 됐지만, 아쉽게도 인도네시아에서는 맛보지 못하고 캄보디아에서 처음 접했다(사실 두리안, 람부탄, 롱간 등 열대과일들은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알았다).

배부르게 아침식사를 마친 우리는 투르가문씨의 사촌형 권유로 20, 30분 거리에는 있는 송고산으로 향했다. 송고산은 2, 3백 년의 역사를 가진 9개의 힌두사원이 있는 유명 관광지다(현재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가 국교지만 이전에는 힌두교 국가였다).

가파른 산길을 차로 15분 정도 올라가자 관광지 입구가 나타났다. 간간히 외국 관광객들의 모습도 눈에 뛰었다. 입구에서 10분 정도 올라가자 첫 사원이 눈에 들어왔다. 돌로 건축된 사원의 일부가 무너지긴 했지만, 그 당시 꽃을 피웠던 힌두문화의 화려함을 어렴풋이 엿볼 수 있었다.

다음 사원으로 이동을 했다. 송고산의 9개 사원은 모두 곳곳에 흩어져 있어 한곳 한곳을 찾아갈 때마다 한참을 걸어가야 한다. 하지만 일정 때문에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송고산에서 1시간 정도 머문 뒤, 다음 방문지인 이주노동자 수나르또씨의 가족이 있는 빠띠(PATI)로 출발했다.

송고산의 첫 번째 힌두사원-내부는 돌로 만든 제단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송고산에서 힌두사원까지는 가파르기 때문에 돈을 주면 말을 타고 이동할 수 있다.
송고산을 함께 오른 투르가문씨의 사촌형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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