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개촌 6주년, 시민 체험장으로 변신 중

사천예술촌 전경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이 내리던 24일 늦은 오후, 사천의 예술가에겐 창작공간이자 일반 시민들에겐 문화예술 체험장이기도 한 사천예술촌을 찾았다.

날씨 탓일까. 예술촌은 그야말로 적막했다. 최근까지 도예반에서 열심히 흙을 주무르던 주부회원들도 뵈지 않고, 작품활동 중이던 풍정 선생도 일찌감치 자리를 비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이 있으니, 예술촌장 임선숙씨다.

사실 오늘은 사천예술촌이 문을 연지 꼭 6년 되는 날이다. 그래서 예술촌이 처음 출발할 때의 마음, 6년이란 우여곡절의 시간, 그리고 다시 앞을 내다보는 '예술촌의 내일'에 관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사천예술촌장 임선숙
생일을 기억하고 나타난 방문객을 보고 임 촌장은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담스럽기도 한 모양이었다. 왜 안 그렇겠는가. 몸 바깥에서 거는 기대는 몸 안의 제 것보다 늘 크기 쉬우니...

그러나 이도 잠시, 임 촌장은 이내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사천예술촌의 현황과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들려줬다.

사천예술촌은 지역예술인들에게 자유로운 창작기회를 제공하고 민간 문화공간과 대안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2002년11월24일 사남면 초전리에 문을 닫고 있던 옛초전초등학교 자리에 들어섰다. 여기에는 지역의 여러 문화예술인들과 일반시민들의 관심 그리고 사천시청과 사천교육청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후 예술촌 운영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예술인들 사이에 의견충돌도 많았고, 소음 등으로 인근 주민들의 민원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극단 장자번덕이 예술촌을 떠났고, 전통연 연구팀도 건물 화재 등으로 뒤이어 떠났다.

예술인들 일부가 빠져 나갔지만 그럼에도 예술촌 회원들이 크게 준 것은 아니라고 한다. 현재 회원은 29명, 그리고 한국화 도자기 천연염색 규방공예 한지공예 등에 8명의 예술인이 창작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민과 어린이들에게 체험교육장으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초중고 학생들은 물론 유치원 아이들까지 찾아와 도예체험과 천연염색을 해보며 즐거워한다고. 여기에 시민들까지 합치면 올해 체험방문객만 1000명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예술촌의 이런 운영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회원들도 많다고 한다. 이들은 사천예술촌이 "전문 예술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 기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그러나 임선숙 촌장은 예술이 전문 작가들의 전유물이 될 수 없듯이 예술촌도 전문 작가들에게만 문을 열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요즘 살기가 많이 편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꼭 행복해진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어른이든 애든 여기서 흙을 만지고 노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정말 행복해 보인다. 예술이란 이런 게 아닐까.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면서 느끼는 성취감 그리고 행복! 예술촌이 ‘행복한 사천 만들기’를 꿈꾼다면 지나친 욕심인가?”

‘생활 속 실용예술이냐 아니면 작가들의 전문예술이냐’를 두고 내부적으로 의견차이가 있는 듯하다. 단체나 조직의 흐름과 방향을 두고 생기기 쉬운 이런 종류의 갈등은 흔히 보는 것이다. 그래서 그 ‘차이’에 관해서는 자세히 묻지 않았다. 그 차이가 커질 때면 언젠가 다시 묻게 될 것이므로.

전시된 작품들을 둘러보는 맛은 쏠쏠했다. 화려함보다는 소박함. 적어도 지금의 예술촌은 이런 빛깔이다. 그리고 조만간 개촌 기념 전시회를 마련한다고 한다. 이 자리가 더 많은 예술가들이, 시민들이, 관료들이 마음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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