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까마귀 떼.. 오늘을 까마귀설이라 불러주랴!
어릴 땐 왠지 섬뜩하게 느껴졌다. 동네에 상여라도 나갈라치면 어찌 알았는지 멀리서 ‘가~~악’ ‘가~~악’ 하고 울어대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섬뜩하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오히려 친근감이 든다. 반대로 길조로 여기는 까치는 그냥 밉다. 너무 영악해 보이기 때문일 게다. 똑똑하기로 치면 까마귀도 못지않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까마귀는 측은지심을 일으킨다.
한때 ‘몸에 좋다’는 소문이 돌아, 거의 씨가 마르는 사태까지 이르렀던 게 이유인가 보다.
어릴 적 겨울 아침, 학교 가는 길에 멀리 들판을 보노라면 파릇파릇 보리 싹이 연한 초록빛 선을 긋고 있어야 하는데, 초록이 아닌 까만 선일 때가 종종 있었다. 이럴 때는 ‘열이면 열’ 까마귀였다. 여름철엔 뵈지 않던 까마귀들이 겨울이면 수백 수천이 무리를 지어 보리논에 내려앉았던 것이다.
가끔 논 주인이 까마귀를 쫓을라치면 수백인지 수천인지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까마귀들이 동시에 날아올랐다. 파랗던 하늘은 이내 검게 변했고, 그 무리가 나를 향해 다가올 때는 그 규모에 압도당했던 기억이 난다.
겨울 들판에서 종적을 감췄던 까마귀는, 2000년대 들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수십 마리씩 보이던 게 어느 새 수백 마리를 넘어 거의 1000에 근접한 듯하다. 다른 이에겐 몰라도 내겐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돌아와 준 까마귀가 고맙다.
유난히 추운 이번 겨울, 까마귀들도 잘 이겨내길 빌어본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까치설이다. 그럼 오늘쯤은 까마귀설로 불러 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