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으로 보는 '공무원 국외여행비 착복, 어찌 이뤄졌나?'

사천시 소속 퇴직공무원들이 2007년, 2008년 이태동안 1억6800만원의 공로연수 명목의 국외연수비를 착복해 경찰에 입건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되짚어본다.
사천시 소속 퇴직공무원들이 2007년, 2008년 이태동안 1억6800만원의 공로연수 명목의 국외연수비를 착복해 경찰에 입건됐다. 많은 시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의아해 한다. 관련 내용을 문답형식으로 정리한다.

Q. 사천시 퇴직공무원이 공로연수 경비를 착복했다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공로연수란 뭐고 국외연수는 또 뭔가?

= 일반적으로 공로연수라 하면 정년퇴직을 1년 앞둔 공무원에게 일체의 업무를 맡기지 않은 채 1년 간 사회적응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일종의 위로휴가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이 기간 동안 급여는 계속 지급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공로연수 기간에 주어지는 국외연수 또는 해외연수라 부르는 것이다. 여기에는 명예퇴직자도 포함됐다. 이 때 그 배우자에게도 국외연수 혜택이 주어졌다. 따라서 퇴직한 공무원들은 사실상 부부와 함께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셈이다.

지자체가 부담하는 연수 비용은 1인당 300만원. 즉 부부가 함께라면 600만원이 지급된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규정은 행정안전부 예규로 규정돼 있었는데, 이를 둘러싼 말썽이 잦아지자 지난 2009년에 규정이 사라졌고, 따라서 국외연수도 사라졌다.

Q. 이번 사건은 어떻게 해서 드러나게 된 건가?

= 경찰은 이번 사건을 첩보에 따른 수사였다고 밝혔는데, 여기서 말하는 첩보란 지난해 상반기에 있었던 경남도의 기초단체 업무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일부 지자체에서 발각됐던 사실을 말한다.

당시 경남도는 공로연수 부분만 집중해서 감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사천시 외에도 몇몇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적발된 것으로 보인다. 사천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접하고 지금까지 수사를 벌여 왔다.

Q. 경찰조사 결과 드러난 내용은 뭔가?

= 사천경찰서(서장 전병현)는 사천시 공로연수 및 명예퇴직 대상 공무원들에게 지급된 국외여행 경비를 횡령한 전직 공무원 임모 씨 등 28명을 업무상횡령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입건된 28명은 하나 같이 정년퇴직 또는 명예퇴직한 공무원이었고, 1인당 300~600만원을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Q. 경찰조사기간이 2007년부터 2008년이다. 이 기간으로 한정지어서 조사를 한 것인가?

= 그런 셈이다. 먼저 경상남도가 지난해 감사를 벌일 당시 감사 범위가 3년으로 한정됐다고 한다. 이는 법으로 정해져 있다고 하고, 경찰 역시 이 기간까지만 수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일은 그 이전에도 관행처럼 반복돼 왔을 가능성이 있지만 수사의 절충점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Q. 공로연수 겸 국외여행을 다녀오겠다고 신청한 사람은 얼마나 되나?

= 2007년과 2008년 이태동안 공로연수와 명예퇴직을 신청한 사천시 공무원은 모두 49명이었다. 경찰조사결과 이들 가운데 21명은 정상적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것으로 밝혀졌다.

Q. 여러 가지 규정과 절차가 있을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착복한 건가?

= 그 방법을 알고 보면 너무나 간단해서 허무하기까지 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퇴직공무원 28명은 여행을 다녀 올 것처럼 여행계획서만 꾸며 제출해 여행경비를 받아냈다. 그러고는 여행을 가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횡령한 금액이 자그마치 1억6800만원이니,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웠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Q. 자체감사를 비롯해 여러 경로의 교차 감시가 있지 않나. 사천시 내부에서도 이 내용을 모르진 않았을 것 같다.

= 물론이다. 여행경비를 착복한 퇴직공무원들은 이 국외연수비용이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잘 알았던 것 같다. 즉 사전 여행계획서만 받고, 귀국보고서는 보통 생략한다는 사천시의 내부 방침을 악용한 셈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사천시는 공로연수자들이 사실상 퇴직 상태로 출근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귀국보고서 등을 제출 받기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말을 바꾸면 이 같은 국외연수 운영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그 이전부터 계속돼 왔던 것으로 볼 수 있다.

Q. 사천시는 어떤 식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인가?

= 사천시는 일단 공금 횡령 당사자들에게 환수 사실을 알렸고, 고지서도 보낸 상태다. 그리고 이들이 시의 조치에 따르지 않을 경우엔 재산압류 등 행정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참고로 퇴직자들의 국외연수비용 관리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한 경남도는 지난해 사천시에 시정만 요구했을 뿐 관계공무원을 징계하지는 않았다. 이는 사천시도 마찬가진데, 이와 관련해 당시 업무를 맡았던 직원에게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Q. 퇴직공무원들이라서 사실상 행정적 징계는 없을 테고, 이런 경우 사법처리는 어떻게 되나?

= 그렇다. 이들은 이미 퇴직한 상태기 때문에 사천시가 어떤 조치를 취하기가 어렵다. 다만 경찰에서 불구속입건한 상태여서 사법처리 될 가능성은 있다. 처벌 방식으로는 벌금형과 징역 등이 있을 텐데, 횡령금액이 비교적 작기 때문에 벌금형 이상으로 처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리고 이와 관련해 당시 담당공무원과 해당 여행사 등도 조사대상으로 포함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경찰은 이들을 처벌할 만큼 그 연관성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Q. 일부는 반환했다고 하는데, 현재 진행상황은?

= 앞서 밝힌 것처럼, 사천시는 이 문제가 불거지자 해당 당사자들에게 공로연수비용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총 28명 가운데 오늘까지 10명이 완납했고 3명은 분납 형태로 돌려주고 있다고 한다. 나머지 15명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만약 이들이 끝까지 스스로 돌려주기를 거부한다면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공로연수비용에 대한 몰수 조치와 벌금형이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Q. 끝으로 국외연수는 사라졌다고 하는데, 그럼 지금은 이와 비슷한 제도가 없는가?

= 지금도 정년퇴직자에 대한 공로연수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다만 연수 이름의 국외여행은 사라졌다. 대신 사회적응을 위한 교육비용을 지급하고 있는데, 경남도공무원교육기관이나 평생교육원 등 사회교육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뒤 수료증을 제출하면 지자체가 그 비용을 보상해 주는 제도다. 이것 역시 악용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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