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단체장 상대 제기한 소송에서 ‘정년퇴직’ 이유로 ‘각하’
결론부터 보자면, 해당공무원 입장에선 싫어도 거부하기가 어렵겠다. 쉬고 싶지 않지만 억지로 쉬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같은 사례를 사천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2월, 김수영 전 사천시장이 임기 내 마지막 정기인사를 단행하며, 이영균 당시 의회사무국장을 공로연수 대상자로 포함시켰다.
이 전 사무국장은 공로연수를 하지 않겠다며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경남도에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5월에는 사천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전 사무국장의 문제제기에 1심을 맡은 창원지방법원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본인이 희망하지 않음에도 공로연수를 보낸 것은 ‘잘못’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때가 지난해 8월이다.
하지만 사천시의 항소로 부산고등법원에서 2심을 진행하는 동안 변화가 생겼다. 이 전 사무국장이 지난해12월말로 정년퇴직을 맞은 것이다. 이 사실은 재판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각하 사유는 “원고가 정년퇴직했고, 공련연수 파견근무 인사발령 때부터 정년퇴직 때까지의 보수가 공로연수에 들어가지 않았을 때와 차이가 별로 없어 인사발령 취소로 인한 이익이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각하’란 원고가 더 이상 소송을 제기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경우 법원이 내리는 결정이다. 결국 부산고법은 이 전 사무국장이 정년퇴직함으로써 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잃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을 두고 원고인 이영균 전 사무국장은 “지난 연말 안에 끝냈다면 의미 있는 결정이 나올 뻔 했는데, 시가 시간을 끌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다고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변호사와 상의해 보고 이후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인지 검토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조치’란 대법원에 상고하는 것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다시 제기하는 것 등을 예상할 수 있다.
사천시 법무 관계자는 “지방공무원의 경우 정년을 1년 앞둔 자에게도 공로연수를 보낼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데도 1심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아 항소했다”며 “이번 판결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배공무원이 제기한 문제여서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러나 합리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본인이 동의하지 않은 공로연수 조치에 항의해 4급 공무원이 지방자치단체장을 상대로 낸
이례적인 소송은 이로써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법제도를 고려하면 이번 ‘각하’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되기도 했다. 상고심까지 1년을 훌쩍 넘길 가능성이 많고, 이럴 경우 원고는 이미 퇴직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 비춰보면, 지방공무원들이 공로연수에 들어가지 않고 끝까지 일선 업무를 보다가 퇴직하고자 해도 그 칼자루는 단체장에게 있는 셈이다.
한편 사천시는 공로연수자에게는 업무를 맡기지 않는 대신 근무수당을 제외한 급여를 주고 있으며, 교육비와 교재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