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기] 물과 섬,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

 

▲ 베네치아의 대운하와 수상 택시

 베니스에 살았다는 개성상인은 누구였을까? 진짜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가서 살았을까? 그 사람은 언제쯤 이탈리아로 왔을까? 어떻게 왔을까?’ 말로만 듣던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만나러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가는 열차는 6명이 한 방에 들어가 잠을 자는 침대가 있는 야간열차입니다. 비좁고 덜컹거리는 열차 안이라 쉽게 잠들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피곤한 나머지 금방 잠이 듭니다.
 아침 일찍 눈을 뜨니 노란 단발머리 차장 아저씨가 오며가며 여행객을 보살펴 줍니다. 휘파람을 불며 승객들의 불편 사항을 점검해 주는 멋쟁이 아저씨입니다. 이탈리아 사람들 특유의 유머스러함과 여유가 듬뿍 묻어나는 차장 아저씨입니다.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자신의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지느냐에 따라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될 수 있음을 온몸으로 보여줍니다.

▲ 야간열차에서 아침에 제공해준 빵과 커피

 기차는 밤새 험준한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로 접어들었습니다. 좁은 기차 안에서 화장실 가고, 씻고, 옷 갈아입고, 빵 먹는 것까지 다 해결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차장 아저씨가 빵, 커피와 함께 즐거움과 편안함까지 선사해줍니다.

▲ 산타 루치아 중앙역

 기차는 드디어 베네치아의 산타 루치아 역에 도착합니다. 산타 루치아 역은 유럽 여러 나라를 오가는 열차 편이 두루 드나드는 베네치아의 중앙역입니다. 16세기 유럽 제일의 부국, 사계로 더욱 유명해진 18세기 음악가 비발디가 활약했던 품격 높은 문화도시, 골목골목 다양한 색채와 예술의 향기가 묻어나는 환상적인 도시 베네치아입니다. 118개의 섬과 그 사이에 놓여있는 400여개의 다리가 도시를 연결하고 있는 물의 도시, 운하의 도시입니다. 베네치아의 대중교통 수단은 바포레토라 부르는 수상버스로 운하를 통해 베네치아 곳곳을 편리하게 연결해줍니다. 노선에 따라 완행과 급행이 있는데 대표적인 완행 노선인 1번은 모든 정류장을 거쳐 S자형으로 이루어진 대운하를 따라 리알토 다리, 산 마르코 광장, 무라노 섬까지 갈 수 있습니다.

▲ 바다에는 대형 크루저선과 수상 택시, 소형 곤돌라가 공존합니다.
▲ 오래된 건물과 곤돌라가 있는 운하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명물 곤돌라는 11m 길이에 무게가 600kg에 이르는데 한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어 사공 한명으로도 쉽게 노를 저을 수 있습니다. 곤돌라는 나무로 만들어진 관광용 배인데, 뱃머리 부분의 장식에만 유일하게 철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곤돌라 한대에 6명이 탈 수 있는데 요금이 무척 비싸 직접 타보진 못했습니다.

▲ 리알토 다리

 베네치아 대운하에 첫 번째로 세워진 리알토 다리가 있는 지역은 베네치아의 핵심 상업지역입니다. 리알토 다리는 베네치아 사람들과 여러 관광객들에게 각종 행사와 축제의 장소로 활용되는 곳인데, 오전에는 재래시장이 열리는 곳입니다.

▲ 산 마르코 광장과 99m높이의 캄파닐레 종탑

 산 마르코 광장은 동서로 175m, 남북으로 80m에 이르는 아주 큰 광장입니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넓은 장소로 사람들과 비둘기떼가 광장을 가득 채우며 행정, 문화, 관광의 중심지 역할을 해줍니다. 바닷가에는 노천카페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습니다.

▲ 산 마르코 교회

 산마르코 교회는 성인 마르크를 기리기 위해 829년에 짓기 시작해서 수 세기에 걸쳐 보수와 증축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장기간의 공사 탓에 비잔틴 양식과 로마네스크 양식이 뒤섞여 나타납니다. 교회의 둥근 천장 부분에 금빛 모자이크 장식이 있어서 황금의 교회라 불리기도 한다는데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내부로 들어가는 것은 다음 기회로 미루었습니다.

▲ 두칼레 궁전

 산 마르코 교회 옆에 있는 웅장한 모습의 두칼레 궁전은 베네치아 총독의 관저이자 집무실로 사용되던 곳으로, 내부에는 재판소, 감옥, 무고 등도 있었다고 합니다. 궁전은 운하를 사이에 두고 두곳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뒷부분의 건물과 연결해주는 다리가 바로 탄식의 다리입니다.  산 마르코 교회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너무 많아 찾아 보질 못했습니다.

▲ 캄파닐라 종탑에서 바라본 베네치아와 아드리아해

 높이 99m에 이르는 캄파닐레 종탑에 오르면 중세풍의 베네치아 시내 모습과 아드리아해 풍경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 베니스의 개성 상인은 어디쯤에 살았을까?

 앞서 언급한 '베니스의 개성 상인'은 소설입니다. 1983년 영국 크리스티 경매장에 15세기 유명한 화가 루벤스의 작품  '한복을 입은 남자'가 나왔는데,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드로잉 경매 사상 최고가인 32만 4000파운드(현재가 6억 6천만원)에 낙찰이 됩니다. 한복을 입은 남자는 어떻게 베네치아에 가게 되었을까? 이때부터 몇가지 설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탈리아 알비 마을에 꼬레아라는 성을 가진 집성촌이 있는데 200명 정도 거주한다고 합니다. 안토니오 꼬레아는 임진왜란 때 포로로 잡혀 일본 나가사키 노예시장에 팔려가게 되는데 안토니오 카를레티라는 사람이 포로를 구매해서 안토니오 꼬레아라는 이름으로 자유의 몸을 만들어준 후 로마로 데려가 정착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베니스의 개성 상인'에 나오는 줄거리입니다.

▲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섬 풍경

 베네치아 여행은 짧은 체류 시간과 부족한 정보로 인해 구석구석 제대로 둘러보지도 못한채 마무리 되고 맙니다. 구겐하임 미술관,  아카데미아 미술관, 산 로코 학교, 무라노 섬까지 둘러 보려면 며칠은 더 머물러야 할듯 합니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산 마르코 광장 근처에 있는 복잡한 식당에 들른것이 화근이 되어 비싼 수상 택시를 타고서야 산타 루치아 역에 가까스로 도착을 할 수 있었습니다.

 택시는 총알처럼 빠를 수도 있다는 고정 관념이 한 순간에 무너졌습니다. 베네치아 대운하에서는 택시도 일정 속도 이상은 절대 빨리 갈 수 없단 사실을 수상 택시를 탄 후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정보 부족은 곧 값비싼 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을 얻고서 로마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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