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삶을 꿈꾸며> ‘생명의 땅’ 주인을 맞으며

 

▲ 요즈음 민원 때문에 가축 키우기가 만만치 않다.

<건강한 삶을 꿈꾸며> 이 글은 최근 귀농한 오영환 님이 그의 고민과 경험을 더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올리는 것입니다. 귀농을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편집자-

설을 4일 앞둔 1월 30일, 계약을 하려고 삼정리로 갔다.
하지만 땅주인보다 마을 분들을 먼저 만났다. 땅주인은 닭을 키우기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지만 마을 분들, 특히 가장 가까운 이웃부터 만나 직접 확인을 하기 위해서이다.
걱정과는 달리 마을 분들 모두가 이전에 돼지를 키우던 곳이기에 어떤 가축이든 괜찮다고 선뜻 말하신다. 출발이 좋다.

 

▲ 몇 년째 방치되어 찢어진 천막 등으로 엉망인 축사 앞.

▲ 몇 년째 방치되어 엉망인 축사 내부

계약을 하고 농장으로 갔다.
막상 농장에 들어서니 땅을 구할 때의 마음과는 달리 어디에서부터 손을 대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대략난감’ 그 자체였다.
그래도 “우리 몸 중에 가장 게으른 것이 눈이고, 가장 부지런한 것은 손이다”라고 평소에 어머니가 하신 말씀을 되새기며 힘을 냈다.

▲ ‘야마기시(자연계사)’공법으로 지은 친환경 축사

닭을 키울 건물은 13년 전에 (성원)선배가 친환경으로 돼지를 키우기 위하여 정남향으로 지은 돼지우리다. 돼지우리는 철 구조에 지붕은 슬레이트가 아닌 양철을 사용했고, 앞과 뒤로 구분되어 있다. 앞쪽 지붕은 햇빛이 잘 들어올 수 있게 일부를 개폐식으로 만들고, 뒤쪽 지붕은 바람이 대류현상으로 잘 순환하도록 앞쪽 지붕보다 높게 시작하여 비행기 날개처럼 유선형으로 만들어 놓았다. 남쪽과 북쪽 면은 완전히 개방되어 있다. 소위 ‘야마기시(자연계사)’ 공법이다. 내가 아무시설이 없는 토지를 구입했다면 지어야 할 그대로를 선배가 지어 놓은 것이다.
나에게 얼마나 큰 행운인가!
 

▲ 두 달간 고생 끝에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다.

두 달 후에 들어 올 농장의 주인 달구들을 맞이하기 위해 돼지우리를 닭장으로 고치기 시작했다.
청소, 삽질, 용접, 배관, 철망을 치는 사람으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했다.

닭장의 외부가 대충 정리된 후 내부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전기기사이기보다 나무꾼 또는 목수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 축사내부, 바닥엔 부엽토와 왕겨를 깔고, 횃대, 모이통, 산란장을 놓았다.

먼저 숲에 가서 닭장 바닥에 깔 부엽토를 모아왔다. 부엽토는 닭의 배설물을 부패가 아닌 미생물들이 분해(발효)하게 하여 닭 배설물 특유의 고약한 냄새를 없애는 친환경농법의 한 예이다. 또한 수분제거를 위해 왕겨를 구해와 부엽토와 함께 1칸 8평, 총 8칸, 약 64평의 닭장에 30cm의 높이로 넣었다. 부엽토와 왕겨가 '억수로' 들어간 셈이다.

이제 닭의 모이통과 횃대, 산란장을 만들기 위해 목재를 만만치 않은 가격으로 구입했다. 자르고, 못질하고, 완성된 물건들을 칸칸이 가져다 나르고.
모이통 64개, 산란장 8개, 횃대 8대를 만드는 동안 손과 발을 베이고, 찍히고, 멍들기를 여러 번. 그러다보니 두 달이 후딱 지나갔고 몸무게는 7kg이 빠졌다.

사실 처음 들어 올 닭은 200수로 2칸만 준비하면 되지만 시간적 여유와 의욕이 있을 때 8칸 모두를 단 번에 준비하겠다는 욕심(?), 농사 농촌일은 끝도 없다는 것을 익히 들어 알고 있으면서, 아직도 버리지 못한 그 놈의 욕심 때문에 애꿎은 몸만 많은 고생을 했다.

▲ 나의 걱정과는 달리 활발하게 활동하는 아그들.

4월 10일, 기대 반, 걱정 반의 콩닥거리는 마음으로 ‘생명의 땅’에 주인인 달구들 1기(부화 된 지 75일 된 암탉 200수, 수탉 15수)를 맞이했다.
김해 부화장에서 출발하여 산청4곳과 사천까지 덜컹거리는 트럭 위에서 오랜 시간동안 고생했을 아그들(내가 부르는 닭, 달구의 애칭)에 대한 나의 걱정과는 달리 준비해둔 EM(유익한 미생물)을 섞은 깨끗한 물과 맛있는 모이를 곧잘 먹는다.

“초보 아빠를 만나 너그들이 고생이 많겠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 할 낑게, 잘 적응하여 빨리 알 낳아 주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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